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 등으로 지난 8월 경상수지가 4개월 만에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무역적자 축소 등에 힘입어 연간 경상수지는 흑자 기조를 달성할 가능성이 크지만, 고환율·고물가 등 변수가 여전히 산재해 있다. 한국은행은 고물가 상황의 고착화를 막기 위해 지속적인 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한국은행이 7일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통계에 따르면 올해 8월 경상수지는 30억5000만달러(약 4조3036억원) 적자로 집계됐다. 전년 동월(74억4000만달러 흑자) 대비 104억9000만달러나 감소한 셈이다.
우리나라 경상수지는 2020년 5월 이후 올해 3월까지 23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갔지만, 수입 급증과 해외 배당이 겹치면서 4월 적자로 돌아섰다. 이후 5월부터 다시 흑자 전환했지만, 넉 달 만에 적자를 기록했다.
반도체 한파로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도 급감했다. 이날 삼성전자가 발표한 3분기 잠정실적(연결 기준)에 따르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7% 늘어난 76조원, 영업이익은 31.7% 줄어든 10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한은은 “8월 경상수지는 이례적으로 컸던 무역수지 적자(-94억9000만달러)의 영향으로 적자를 기록했다”며 “하지만 9월 무역적자(-37억7000만달러)가 크게 축소된 만큼 9월 경상수지는 흑자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연간으로는 경상수지 흑자 기조가 유지되겠지만,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으로 월별 변동성이 큰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은 “에너지 부문을 제외한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비율(13.3%)은 주요국보다 높다”며 “이는 경상수지가 글로벌 에너지 시장 움직임에 크게 취약하다는 것으로, 에너지 수급 구조에 근본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당분간 지속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는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지난해 8월 이후 총 일곱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2.0%포인트 인상한 데 이어, 앞으로도 고물가 상황의 고착을 방지하기 위해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소비자물가가 상당 기간 5~6%대의 오름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높은 수준의 환율이 추가적인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라며 “국내 경기는 수출 중심으로 성장 흐름이 약화되고 있으며, 향후 대외 여건의 전개상황에 따른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한은은 글로벌 금융시장 교란에 대비해 한·미 통화스와프 재가동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다양한 경로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협의를 지속하기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개최한 제10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대외건전성의 기본 안전판은 경상수지”라며 “올해 연간으로 상당한 규모의 경상수지 흑자가 예상되긴 하지만, 이런 흑자 기조가 유지될 수 있도록 선제적으로 대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