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 인물과 관련된 문화재 약 50건을 국가가 관리하는 데 지난 10년간 4억원이 넘는 예산이 들어갔지만 친일 행적을 알리는 등의 조치는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이 문화재쳥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정부가 관리하는 국가등록문화재에는 친일반민족행위자 관련 문화재가 7건(30점), 친일인명사전 등재자 관련이 15건(19점) 등 총 49점이 포함돼 있다.
총독부의 창씨개명 정책에 협력한 소설가 이광수의 별장 터, 친일 조소 작품을 만들고 일제 사상교화단체에서 미술을 가르친 조각가 윤효중(1917∼1967)의 ‘최송설당상’ 등이 있다. 최송설당상은 1950년 작품으로 국내에 남아있는 전신 동상 중 가장 이른 시기의 것이다. 50건 남짓의 친일 인물 관련 문화재를 유지·보수하는 데 지난 10년간 약 4억3000만원의 예산이 들었다.
문화재청은 ‘문화재 국가등록에 관한 지침’에서 친일 논란 인물과 관련된 문화재는 그 가치와 인물의 공과(功過), 역사적 교훈 등을 종합 평가해 등록을 보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다만 이미 등록된 문화재의 관리에 대해서는 별도의 규정이 없다.
친일파나 친일행위자의 가옥과 무덤 등이 역사적 가치를 지닌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되는 것에 대한 논란은 이전부터 제기돼왔다. 또 문화재를 소개하는 안내판에 이들의 친일 행적에 대한 내용이 누락돼 있는 경우도 많아 뒤늦게 안내문을 수정하는 일도 여럿 있었다.
문화재청은 친일반민족행위자와 관련된 문화재에 대해서는 홈페이지를 통해 안내한다고 했지만, 여기에도 누락 사례가 있다는 지적이다. 전 의원은 친일반민족행위자로 등록된 안종화 감독의 영화 ‘청춘의 십자로’는 문화재청 홈페이지에서 친일 행적 안내를 하지 않고 있고,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는 ‘독립신문상해판’에 대해 친일 내용을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전시 중이라고 지적했다.
전 의원은 “친일 인물과 관련된 문화재가 보존 가치에 따라 국민의 세금으로 관리되고 있는 만큼, 친일 행적에 대한 사실을 분명하게 고시하는 것이 합당하다”며 “문화재청이 관련 방안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