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원숭이 네 마리가 있는 방이 있다. 천장에는 바나나가 매달려 있고 사다리를 오르면 바나나를 딸 수 있다. 하지만 한 원숭이가 사다리를 오르려는 순간 다른 원숭이들에게 차가운 물이 쏟아지는 상황이 반복된다. 원숭이들은 누군가 사다리에 오르면 물벼락을 맞는다는 것을 학습하고 다른 원숭이가 사다리에 오르는 것을 제지한다. 방 안의 원숭이 한 마리가 새로운 원숭이로 대체된다. 새로운 원숭이는 사다리에 오르고자 하지만 다른 세 마리의 격렬한 저지에 사다리를 오르면 안 된다는 것을 학습한다. 물벼락을 맞았던 원숭이들이 모두 교체될 때까지 동일한 학습이 이뤄진다. 더 이상 물을 뿌리지 않더라도 남은 원숭이들에게는 사다리에 오르지 못하도록 하는 규칙만 남았다.
게리 하멜과 C K 프라할라드의 ‘시대를 앞서는 미래 경쟁 전략’에 소개된 이 이야기는 규제의 속성을 잘 보여준다. 특수한 사건이 발생하고 이를 통제하기 위해 규제가 만들어지지만 통제해야 할 상황이 영속적인 경우는 드물다. 규제만 남아 바나나라는 ‘실익’을 얻을 수 없도록 한다. 규제를 백지 상태에서 정기적으로 다시 점검해야 하는 이유이다.
그간 공무원 인사 시스템은 세밀하게 짜인 규정에 따라 엄격한 기준과 사전 협의, 통보 등 문제 발생을 원천적으로 막는 방향으로 운영돼 왔다. 이에 따른 인사 시스템은 전체 공무원에 대한 동일하고 균일한 인사 운영이라는 결과를 가져왔으며, 변화가 적고 동질적인 사회에서는 잘 작동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인공지능(AI), 메타버스 등으로 대표되는 급속한 기술·사회 변화 속에서는 인재를 적재적소, 적시에 배치하고 탄력적으로 인사 운영을 하지 않으면 이들로부터 성과를 이끌어내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따라서 ‘변화’와 ‘개별적 특수성’에 대응하는 유연한 인사 운영이 필요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방안이 ‘부처별 인사 자율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