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지방의회 ‘의정비 인상 추진’ 논란

시의회, 공무원 보수인상률 수준
심의위 열어 10월 안에 확정 방침
지역주민 수·재정자립도 추락 속
전국 17개 광역의회 중 의정비 5위
기초의회도 대폭 인상 추진 나서

9대 의회 개원 후 바람 잘 날 없는 대전 지방의회가 이번엔 의정비 인상 논란에 휩싸였다.

10일 대전시의회에 따르면 현재 5938만원인 의정비를 공무원 보수인상률인 1.4% 수준으로 인상하는 안을 올렸다. 시의회는 의정비심의위원회를 열고 이달 31일까지 의정비를 확정하게 된다. 결정된 인상안은 내년부터 2026년까지 적용된다.



의원 의정비는 의정활동비, 여비와 직무 보수 성격의 월정수당 등으로 구성된다. 대전시의원 1인당 의정활동비는 월 150만원으로 고정돼 있다. 월정수당은 각 지자체가 꾸린 의정비심의위가 자율적으로 결정한다. 법정액으로 묶인 의정활동비와 달리 월정수당은 심의 결과에 따라 인상 또는 동결 여부가 달라지는 것이다.

대전시의회는 2019년부터 해마다 의정비를 올렸다. 2018년 의정비심의위원회에서 공무원 보수인상률로 확정해 이듬해부터 반영됐으며, 2020년부터 올해까진 전년도 공무원 보수인상률의 50% 인상이 적용됐다. 대전시의회 의정비는 전국 17개 광역의회 중 5위다. 경기도와 서울시, 인천시, 부산시 다음이다.

월정수당 인상엔 지자체의 재정자립도와 주민 수, 지방의회 의정활동 실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게 돼 있다. 대전시의원 1인당 지역주민 수와 시 재정자립도는 해마다 떨어지고 있다. 의원 1인당 지역주민수는 지난해 기준 6만6011명으로 8대 의회(2018년)에 비해 1713명이 줄었다. 재정자립도 역시 올해 38.72%로, 4.11% 감소했다.

지난 8대 의회 기준 의회별 의정활동 지표도 심의 기준 중 하나지만 정량적으로 산출하기 어려워 실제 의정비 심의엔 반영되지 않는다.

대전 기초의회도 의정비 대폭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대전 동구의회는 최근 의정비심의위원회를 통해 의정비를 현행 월 329만원에서 429만원으로, 월 100만원 올리는 안을 의결했다. 다만 인상안이 상당액에 달하는 만큼 공청회를 열어 주민의견을 수렴해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물가상승률 반영 등 의정비 현실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의정활동은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어려운 경제 여건 속 ‘밥그릇 챙기기’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도 거세다. 앞서 대전시의회 이상래 대전시의장은 9대 의회 첫 정례회 기간이었던 지난달, 이장우 대전시장의 해외 출장에 따라나서 빈축을 샀다. ‘외유성 연찬회’로 뭇매를 맞아 취소했던 제주연찬회는 최근 다시 슬쩍 추진했다가 들통나자 또다시 없던 일로 하는 등 ‘시민 우롱’ 지적을 받고 있다. 기초의회도 지난 정례회에서 동구·대덕구·유성구의회에선 구정질문이 단 한건도 없었다.

의정비 심사항목에 의정활동 실적 평가를 반영하고, 역량강화를 위한 정책활동비 지원 등으로 차등지급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배경이다. 최호택 배재대 교수는 “의정비는 시민들의 삶과 직결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의정활동을 어떻게 해왔는지 지표를 객관화해 의정비심의에 실질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며 “같은 맥락에서 의원들의 역량강화를 위해 고정비인 의정활동비를 정책활동비 등으로 차등지급해 본연업무에 집중하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