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코앞에 선 EU 여성 지도자들 "우크라 힘내라"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칼라스 에스토니아 총리
러시아와 접한 에스토니아 도시 나르바 방문
"우크라 민간인 보호할 방공시스템 지원 시급"

유럽연합(EU)을 대표하는 두 명의 여성 지도자가 EU와 러시아의 경계선 바로 앞에 서서 우크라이나를 응원하고 국제사회의 지원을 호소했다. 두 지도자 바로 뒤에는 러시아 영토가 버티고 있는 가운데 이들은 월요일 아침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무차별 미사일 공격을 퍼부은 러시아를 맹비난했다.

10일(현지시간) 에스토니아·러시아 접경지역의 도시 나르바를 방문한 카야 칼라스 에스토니아 총리(왼쪽)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러시아를 규탄하고 우크라이나를 응원하는 영상 메시지를 전하는 모습. 두 사람 바로 뒤로 러시아 영토가 보인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 SNS 캡처

10일(현지시간) 에스토니아를 방문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카야 칼라스 에스토니아 총리와 함께 나르바(Narva)를 방문했다. 에스토니아와 러시아 접경지역에 위치한 나르바는 에스토니아는 물론 EU 전체에서 러시아와 가장 근접한 도시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까지도 수많은 러시아인이 나르바를 통해 자유롭게 에스토니아로 입국했으나, 전쟁 발발 후 이제는 에스토니아와 EU의 보안·경비 인력이 삼엄한 검문을 펼치고 있다.

 

두 지도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동영상을 보면 뒤로 러시아 땅이 보이는 국경선 앞에 선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이 먼저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을 규탄하는 것으로 포문을 열었다. 그는 “오늘(10일) 아침 우크라이나 여러 도시에 대한 악랄한 미사일 공격에 충격과 공포를 느낀다”며 “푸틴의 러시아는 전 세계를 상대로 러시아는 곧 야만과 테러의 상징임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측 희생자와 그 유족에 애도의 뜻을 표한 뒤 “우크라이나 국민은 강인하다”며 “우리는 전쟁이 끝날 때까지, 우리가 가진 모든 수단을 동원해 우크라이나를 지지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날 오전 러시아는 키이우, 하르키우, 르비우 등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 12곳에 80발 이상의 미사일을 무차별 발사했다. 그중 절반 이상이 목표 지점에 떨어져 출근길 시민 등이 목숨을 잃거나 다쳤다. 이는 최근 러시아 점령지 내 크름(크림)대교 폭발에 대한 보복으로 보인다. 크레믈궁은 다리 폭발을 ‘테러 행위’로 규정하며 “또 테러를 하면 가혹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10일(현지시간)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가운데)이 카야 칼라스 에스토니아 총리(왼쪽)와 함께 에스토니아·러시아 접경지역의 도시 나르바를 방문해 국경 검문소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 SNS 캡처

칼라스 총리는 국제사회를 향해 “지금 당장 우크라이나와 연대하는 길은 바로 지원에 속도를 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의 표적은 우크라이나 민간인들인 만큼 우크라이나가 자국민을 보호할 수 있도록 서방이 방공무기를 신속히 제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폰데어라이엔 위원장과 칼라스 총리는 나르바 국경 검문소 등 에스토니아와 러시아 접경지역의 보안·경비 상황도 점검했다. 나르바는 러시아와 워낙 가깝다 보니 에스토니아가 소련(현 러시아)의 점령통치를 받은 1940년부터 1991년 사이에 많은 러시아인이 정착했고, 에스토니아가 독립한 지금도 여전히 러시아어가 널리 쓰이는 등 ‘에스토니아 속의 러시아’로 남아 있다. 자연히 전쟁 발발 후 시민들 사이에 러시아를 응원하며 에스토니아 정부에 반감을 드러내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에스토니아로선 러시아가 나르바의 친러 성향 주민들을 선동해 안보 위기를 조장하거나 직접 군대를 투입해 소요를 일으키는 상황이 우려스러울 수밖에 없다.

 

나르바 국경을 둘러본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EU는 국경 보안에 대한 에스토니아의 근심을 잘 알고 있다”며 “국경을 안전하게 관리하고 러시아인들이 함부로 침범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해 EU 차원에서 강력한 검문과 통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