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 간 대화 내용을 상대방의 동의 없이 녹음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이 발의되어 상당한 논란을 불러왔고, 이를 대표 발의한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철회 후 지난달 29일 수정하여 다시 제출한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에는 ‘상대방과의 대화를 동의 없이 녹음한 행위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추가되었습니다.
그러면 현재는 마음대로 대화 녹음을 해도 되는 것일까요?
형사적으로 통신비밀보호법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그 위반 행위를 처벌하고 있습니다.
대화의 당사자 입장에서는 ‘타인 간의’ 대화가 아니기 때문에 당사자가 상대방 동의를 받지 않고 녹음해도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처벌받지 않습니다(2013도16404).
다만 민사적으로는 녹음 내용을 3자에게 제공하거나 외부에 유포하면 음성권의 침해로 불법행위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최근 법원은 여성가족부 공무원이 상대방의 동의 없이 녹음한 대화 내용을 행정소송에 증거로 제출한 사안에서 음성권 침해를 이유로 국가 배상책임을 인정한 사례도 있습니다(서울중앙지법 2021가단5160620).
다만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서는 음성권의 침해가 인정되더라도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2019다256037).
녹음한 내용을 녹취록으로 작성해 민·형사 사건에서 증거로 제출하는 것은 가능할까요? 원칙적으로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한 녹음은 재판 또는 징계절차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통신비밀보호법 제14조 제2항, 제4조).
하지만 당사자가 참여한 대화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 아니므로 증거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형사 사건에서 유죄의 증거로 사용하려면 전문법칙의 요건을 갖추어야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당사자가 참여한 대화나 통화를 녹음한 녹취록이 재판에 증거로 제출되는 사례가 많으며, 많은 판결에서 증거로 인정되고 있습니다. 다만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음성권 침해에 따른 위자료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될 수도 있습니다.
한편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상으로 금지되는 유형의 녹음에 대해서 아래와 같이 법원이 정당행위를 인정한 사례가 있습니다.
법원은 아내가 상해를 가하기 위하여 남편의 칫솔 등에 락스를 분사하며 “오늘 진짜 죽었으면 좋겠다”는 등의 혼잣말을 하는 소리를 남편이 몰래 녹음하여 수사기관에 증거로 제출한 사건에서 해당 녹음은 정당행위이므로 위법성이 없고,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대구지법 2020고단5824).
그리고 아내가 상해를 가하기 위해 남편의 칫솔 등에 락스를 묻혀 놓은 것에 대한 녹음행위는 정당행위로 위법성이 없어 남편은 무죄라고 판단하였습니다(대구지법 2020고합572, 2021고합123 병합, 대구고법 2021노200).
법무법인(유한) 바른 김추 변호사 chu.kim@barunla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