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하순 서울에서 3년 만에 처음으로 ‘기후정의행진’이 열렸다. 수만명이 참여해 지금까지 한국에서 열린 기후위기 관련 행사 중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어느 특정 세대를 넘어 초등학생부터 어르신까지 전국 각지·각계·각층의 참석자들은 막대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시스템을 전환하기 위해 결집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매년 10~12월 열리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에 앞서 각국 정부와 글로벌 기업에 기후위기 대책을 촉구한 것이다. 이제 시민들의 목소리에 정부가 치밀한 제도적 방안을 통해 화답해야 할 때다.
9월 과학전문지 ‘사이언스’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산업혁명 이전 시기에 비해 전 지구 기온이 약 1.1도 상승한 현재 수준에서도 기후 시스템이 이미 5개의 티핑포인트에 진입했다. 그린란드 빙상(氷床)의 해빙, 서남극 빙상의 해빙, 영구동토층 해빙, 북대서양 래브라도 바다의 순환 붕괴, 그리고 열대 산호초 소멸이 그것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제 그린란드 빙상의 조그만 변화로 지구의 기후 시스템이 한순간에 균형이 무너져 돌이키지 못할 상태가 될 수 있다. 올해 유럽과 미국에서는 기록적 폭염이 발생하였고, 아시아권에서는 중국 중남부에서 60여년 만에 최악의 폭염과 가뭄이, 그리고 파키스탄에서는 국토의 3분의 1이 물에 잠기는 전대미문의 대홍수가 각각 발생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8월 서울에서 100여년 만에 처음 시간당 140㎜ 이상의 집중호우가 발생하였다. 이와 같은 지구 곳곳의 이상 기상·기후 현상들이 7월 중순 그린란드에서 녹아내린 60억t의 빙하로 기후 시스템 균형이 무너진 결과인지는 향후 살펴봐야 할 일이다.
올해 기상청이 날씨 예보를 시작한 이래 처음 집중호우 원인으로 기후변화를 지목한 것처럼 기후변화는 국가 기후위기다. 이런 이상 기상·기후로 발생하는 재해 예방을 위해 신뢰도 높은 기후 및 기후변화 전망 정보를 기반으로 한 국가 기후위기 대응 체계가 필요한 것은 자명하다. 가장 첫걸음은 대기·빙권(氷圈)·지면·생물·화학 과정 전반을 아우르는 지구 시스템 모델을 통해 수개월부터 수백년까지 이음새 없는 기후현상 및 미래 기후변화 전망 정보를 생산하는 것이다. 이러한 기술 개발 및 정보 생산은 초고속 슈퍼컴퓨터를 기반으로 지구 시스템 모델을 오래 운영하고 활용하는 기관에서만 가능하다. 미국, 영국, 일본 등 기상 선진국들은 지구 시스템 모델 개발과 기후변화 전망 정보 생산을 자국의 기상청에 맡겨 예산과 인력을 도전적으로 투입 중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외국에서 도입한 지구 시스템 모델을 활용하고 있으나, 수개월~수백년의 이음새 없는 기후 및 기후변화 전망 정보를 제공하는 데 한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