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6일 개막하는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당 총서기 3연임이 공식 결정된다. 시 주석은 이변이 없는 한 이번 당대회를 통해 영수(領袖) 칭호를 확보해 정치적, 사상적으로 중화인민공화국 국부(國父)인 마오쩌둥(毛澤東) 반열에 오름으로써 확고한 1인 장기집권체제를 완성할 것으로 보인다.
◆‘영수’ 칭호로 장기집권 발판 마련
◆시진핑사상, 마오쩌둥사상 반열에
중국은 당이 국가의 우위에 있고, 당이 국가의 모든 부문을 지휘·감독하는 사회주의체제 특유의 당국가체제다. 당헌인 당장(黨章)이 국가 헌법보다 우선하고, 당 최고지도자인 당 총서기가 국가 최고지도자인 국가주석보다 우위에 있다.
이번 당대회에서는 바로 중국을 지도하는 핵심 원리이자 규범인 당장 개정을 통해 ‘시진핑사상’이라는 표현이 삽입될지도 주목된다. 5년 전인 19차 당대회에서 시진핑의 교리는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사회주의 사상’으로 명시됐다.
현재 당장에는 마오쩌둥사상, 덩샤오핑이론, 장쩌민의 삼개대표론 등의 교리가 올라 있다. 교리에도 사상→이론→논(論) 순으로 우열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번 당대회에서 시진핑사상이라는 표현으로 당장에 오르면 사상·정신적 면에서도 중국 개혁개방의 설계자 덩샤오핑을 넘어 마오쩌둥과 같은 위치에 오르게 된다. 인민영수 칭호와 함께 시 주석이 정교(政敎)일치식 최고지도자가 됐음을 보여준다.
시 주석의 ‘핵심’ 지위를 강조하는 이른바 ‘두 개의 확립’과 ‘두 개의 수호’가 당장에 포함될지 여부도 관심사다. ‘두 개의 확립’은 시 주석의 당 중앙 핵심 및 전당 핵심 지위 확립과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사회주의 사상(시진핑사상)의 지도적 지위 확립을 말한다. ‘두 개의 수호’는 시 주석 당 중앙 핵심 지위 및 전당 핵심 지위, 그리고 당 중앙의 권위와 집중통일영도를 각각 결연히 수호한다는 의미다. 시진핑에 대한 당의 ‘충성 맹세’로 당장에 이 내용이 포함되면 시 주석 위상과 권위가 더욱 공고해진다.
◆최고 지도부에 측근그룹 포진하나
중국공산당은 민주집중제에 따라 전국대표(당원 대표)가 모이는 당대회에서 중앙위원(약 200명)을 선출하고, 중앙위원 중 정치국 위원(현 25명)이 선발된 뒤 이 정치국 위원 가운데 중국 권력의 핵심인 정치국 상무위원(현 7명)이 결정된다. 기층에서부터 정점으로 당원→전국대표→중앙위원→정치국 위원→정치국 상무위원 순으로 올라가는 피라미드 구조다.
이번 당대회는 16일 개막해 전례에 따라 일주일 후인 22일 폐막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국에서 온 대표(대의원) 2296명은 베이징 인민대회당에 모여 당대회 마지막 날 무기명 투표로 중앙위원을 선출한다. 신임 중앙위원들은 당대회 폐막 다음 날인 23일 열릴 것으로 보이는 20기 중앙위원회 1차 전체회의(20기1중전회)에서 향후 5년을 이끌 지도부를 선출한다. 이날 시 주석이 앞장선 가운데 서열순으로 최고 지도부인 20기 정치국 상무위원이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현재 19기엔 시 주석을 포함해 7명의 상무위원이 있다. 리커창(李克强·67) 국무원 총리, 리잔수(栗戰書·72)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국회의장 격), 왕양(汪洋·67)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 왕후닝(王?寧·67) 당 중앙서기처 서기, 자오러지(趙樂際·65) 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 한정(韓正·68) 부총리다.
당대회를 통해 시 주석을 제외한 나머지 6자리를 어떤 세력이 차지하느냐가 향후 시진핑 시대의 중국 정치 향배를 전망하는 가늠자가 된다. 시 주석 측근 그룹인 시자쥔(習家軍)과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상하이 출신 정·재계 인맥인 상하이방(上海幇) 등 다른 계파의 권력 분배를 보면 시 주석의 권력 장악력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자쥔에서는 딩쉐샹(丁薛祥·60) 중앙판공청 주임, 천민얼(陳敏爾·62) 충칭(重慶)시 당서기, 황쿤밍(黃坤明·65) 중앙선전부 부장, 차이치(蔡奇·66) 베이징 당서기, 리창(李强·63) 상하이(上海) 당서기, 리시(李希·66) 광둥(廣東)성 당서기 등이 상무위원으로 거론된다. 또 대만에 대한 통일 의지를 보이기 위해 군 출신이 상무위원에 입성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청단 출신인 리커창 총리, 왕양 정협 주석이 상무위원으로 유임하고, 후춘화(胡春華·59) 부총리가 상무위원에 진입한다면 시 주석으로선 큰 타격이 된다. ‘리틀후’로 불리는 후춘화는 후진타오가 시 주석 다음의 최고지도자로 격대지정(隔代指定: 최고지도자가 차차기 지도자 선택) 했던 인물로 알려져 시 주석 견제를 받아왔다.
또 리 총리가 물러남에 따라 과거부터 위상이 약화한 2인자 자리에 누가 오르는지도 권력 구도를 볼 수 있는 지표다. 왕양 정협 주석, 후 부총리가 유력한 가운데, 시 주석 심복인 리창 서기와 한정 부총리도 물망에 오른다. 리 총리가 퇴진하지 않고 상무위원직을 유지하면서 전인대 상무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왕양 정협 주석 자리에 자오러지 서기가 임명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또 정치국 상무위원 숫자 자체가 7인이 아닌 5인이나 9인으로 변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