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국적자인 A(21)씨는 2018년 난민 신청을 위해 사증 없이 한국에 홀로 입국했다. 곧장 난민 인정 신청을 위해 서울출입국·외국인청을 찾았지만, 당시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본국에 돌아갈 수 없는 상황이었던 A씨는 불법체류자가 돼 노숙 생활을 하다가 수원출입국·외국인청 단속으로 구금됐다.
A씨는 이 과정에서 ‘어디로 가는지’ ‘왜 수갑을 차야 하는지’ 등에 대해 별도 안내나 통역을 제공받지 못했다. 이송된 외국인보호소에서는 끼니를 거르기 일쑤였다. A씨는 종교를 이유로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데 온통 한국어뿐이라 음식에 무엇이 들었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일주일에 한 번 생선이 나오는 때가 아니면 주로 밥과 김치로 배를 채웠다. A씨는 한 달 가까이 이어진 구금 동안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지냈다.
A씨처럼 보호소에 수용된 외국인이 언어 장벽에 막혀 기본적인 소통에 장애를 겪는 일들이 이어지고 있다. 관련 법률은 보호외국인에게 통역을 제공해야 한다고 하지만, 전국 외국인보호소에 전문 통역 인력은 전무한 상황이다.
나이지리아에서 종교를 이유로 살해 협박까지 받은 B씨도 난민 신청을 위해 한국에 왔지만, 통역을 구하지 못해 외국인보호소에 구금됐다. 나이지리아 부족어인 이보어만을 할 수 있었던 그는 어렵사리 동향 사람을 만났지만, 그날 불심검문을 당해 결국 보호소에 보내졌다. 보호소에서도 제대로 된 통역이 제공되지 않았고, 난민 신청도 수차례 불인정된 탓에 4년8개월을 보호소에서 보내야 했다. 그는 난민 불인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법정에 가서야 모국어로 자신의 처지를 설명할 수 있었다.
공익법센터 어필의 김세진 변호사는 “국내에도 이보어 가능자가 많고 대부분 영어도 가능하다”며 “이중 통역 등의 방식을 사용할 수 있음에도 소수 민족이라는 이유만으로 통역을 소홀히 하는 것은 행정 편의적인 생각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사단법인 두루 이상현 변호사는 “보호외국인 중 구금에 대해 이의 신청을 하거나 소송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고지받지 못했거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 비율이 상당히 높다는 실태조사가 있다”면서 “보호소 내 단순하고 일상적인 의사소통은 가능해도 법적 권리나 절차 같은 예민하고 어려운 내용은 통역이 쉽지 않은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탄희 의원은 “통역 문제로 인권 침해도 발생하고, 일선 공무원들도 말이 안 통해 어려워한다”며 “법무부는 전문 통역 인력 확충을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