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순항미사일 발사 ‘안보리 결의’ 위반 아닌 이유는 [뉴스+]

北 통신, 12일 새벽 장거리 순항미사일 2발 발사 보도
軍 “발사 실시간 파악하고 감시 및 경계 강화”
순항미사일은 ‘비행체’… 안보리 결의 위반은 피해
요격 가능하지만 놓치면 족집게 정밀 타격으로 피해
北 “장거리전략순항미싸일” 설명…핵 탑재 위협 여전

탄도미사일을 잇따라 발사하며 도발 수위를 높이던 북한이 9개월 만에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발사했다. 발사는 12일 새벽에 이뤄졌으나 국내에 알려진 것은 13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의 보도를 통해서다.

 

우리 군은 13일 “실시간으로 관련 상황을 파악하고 감시와 경계 태세를 강화한 가운데 한미 공조하에 만반의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다만 탄도미사일 발사 때와 달리 즉각 해당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 순항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순항미사일과 탄도미사일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북한이 전날인 12일 '장거리 전략순항미사일' 2기를 시험발사했다고 13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평양=노동신문·뉴스1

◆탄도미사일은 ‘무기’, 순항미사일은 ‘비행체’

 

탄도미사일은 로켓엔진을 이용한다. 강한 힘을 이용해 쏘아올리고 떨어질 땐 중력을 이용한다. 정밀성은 떨어지지만 폭발력이 강하다. 국제 핵 비확산체제(NPT)는 이 탄도미사일을 핵탄두 운반체로 간주한다. 유엔 안보리는 북한의 핵 개발을 막기 위해 탄도미사일 발사 자체를 금지하고 있다.

 

반면 순항미사일은 제트엔진을 사용해 비행한다. 이동식발사차량(TEL)에서 발사되어 목표 상공에 진입하면 양쪽으로 날개가 펼쳐지면서 일정 속도로 저고도 비행하는 특성이 있다. 저고도에서 탄도미사일보다 낮은 속도로 비행하기 때문에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와 패트리엇(PAC-3) 미사일에 요격되기 쉽다. 국제사회는 순항미사일을 비행체로 간주해 제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순항미사일은 장거리 정밀도 타격이 가능하다. 북한에서 순항미사일이 발사되기 전 사전 징후를 포착하지 못할 경우 남쪽은 ‘족집게식 정밀타격’에 노출된다.

 

북한은 이번 발사에서 순항미사일도 핵공격 수단이 될 수 있음을 과시했다. 지난 1월 발사 때는 “장거리 순항미사일 체계 갱신을 위한 시험발사”라고 밝혔으나, 이번에는 “조선인민군 전술핵운용부대들에 작전배치된 장거리전략순항미싸일”이라고 명시했다.

지난 2021년 9월 13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11일부터 12일까지 북한 모처에서 발사한 장거리 순항미사일 사진. 뉴시스

‘전략’이란 단어를 붙인 것은 전술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순항미사일이라는 점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아울러 ‘전술핵운용부대들에 작전배치’됐다고 언급한 것도 실전 배치됐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군 당국은 북한이 이번 시험발사 목적을 “전반적 작전운용체계의 믿음성과 기술적 안정성을 재확증하는데 목적을 두고 진행됐다”고 밝힌 점으로 미뤄 실전 배치를 준비하는 단계로 평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사일 도발 연장선…한·미에 경고

 

13일 조선중앙통신은 전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술핵운용부대에 배치된 장거리전략순항미사일 2발 시험발사를 현지에서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미사일은 12일 새벽 평남 개천 일대에서 서해상으로 발사됐다. 북한의 순항미사일 발사는 지난 1월 25일과 8월 17일에도 공개된 바 있는데, 8월 순항미사일은 장거리가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미사일 발사는 북한이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9일까지 보름간 7차례에 걸쳐 벌인 탄도미사일 도발의 연장선으로 보인다. 군은 구체적인 발사 시간, 사거리, 속도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한미는 정보자산이 탐지한 내용을 바탕으로 세부 제원을 분석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은(가운데)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2일 북한 평안남도 개천에서 장거리 순항미사일 발사 훈련을 지도하고 있다. 평양=노동신문·뉴스1

조선중앙통신은 이번에 발사한 미사일이 서해 상공에 설정된 타원 및 8자형 비행궤도를 따라 1만234초(2시간 50분 34초)를 비행해 2000㎞ 계선의 표적을 명중 타격했다고 전했다. 이번 미사일은 외관상 1월 미사일과 같은 기종으로 보이며 더 오랜 시간, 더 긴 거리를 비행해 연료 탑재량을 늘리는 등 조절한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지난해 10월 국방발전전람회 때 2종류의 신형 순항미사일을 공개한 바 있다. 당시 이번에 발사한 것과 형태가 같은 순항미사일이 공개됐다. 이날 북한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발사 장소는 도로로 추정되며, 김정은은 아치형 지붕이 식별되는 실내에서 관측 모니터를 보는 점으로 미뤄 도로 인근 터널에서 참관한 것으로 추정된다.

 

김정은은 현지지도에서 “오늘 울린 미사일 폭음은 적들에게 또다시 보내는 우리의 명명백백한 경고”라며 “우리 국가의 전쟁억제력의 절대적인 신뢰성과 전투력에 대한 실천적인 검증이고 뚜렷한 과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