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주택도시공사(SH) 공공주택에서 외제차 등 기준가를 넘는 고가차량이 최근 5년간 400건 이상 적발된 것으로 나타났다. 서초구 60건을 포함해 ‘강남 3구’에서만 100건이 넘게 적발됐다. 서초구의 한 단지 내에선 26건이 무더기로 발견되는 등 공공주택 입주 관리에 허점이 뚫렸다는 지적이다.
1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송재호 의원이 SH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올해까지 공공주택 입주 차량 기준가액(올해 기준 3557만원)을 넘는 고가의 차량을 보유하다 적발된 건수는 419건이다. 공공주택 입주 재계약 시점에 자산 현황을 조사해 기준가액을 초과한 경우가 67건, 올해 4월 SH가 한시적으로 전체 조사를 진행해 352건이 걸렸다.
자치구별로는 서초구가 60건으로 가장 많았고 △중랑구 39건 △구로구 32건 순이다. 서초구와 송파구(28건), 강남구(22건)를 합친 강남 3구 적발 건수는 총 110건으로, 전체의 4분의 1을 차지했다.
개별 단지 중엔 서초구 소재 ‘서초네이처힐 5단지’에서 26건이 적발됐다. 이어 강북구 ‘SK북한산시티’와 서초구 ‘양재리본타워 1단지’에서 각각 17건, 16건 집계됐다.
차량 명의는 세입자 본인인 경우가 171건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세입자와 동거 중이지 않은 신원미상의 타인이 88건이었으며, 자녀 54건, 배우자 52건 순이었다.
문제는 서울시와 SH가 이 같은 사실을 알고도 즉각 대응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당장 규제할 법적 근거가 없어서다. 현재는 세입자의 재계약 심사 기간에 고가차량이 적발돼야만 퇴거 등 실질적 조치가 가능하다. 최근 5년간 고가차량 소유로 퇴거 조치된 사례가 65건에 불과한 이유다. SH가 올해 일시 조사해 적발한 352건도 추후 각각의 재계약 시점이 돌아올 때 조치가 가능하다.
또 현행법상 차량가액 지분 일부를 소유한 입주자나 차량가액 기준 적용 이전 장기전세 입주자는 고가차량을 소유할 수 있다. 철거세입자와 장애인, 새터민의 경우 소유한 차량 가격이 자산심사에서 제외되는 점, 자산심사에서 탈락하더라도 1회 재계약이 가능한 점 등도 제도적 허점으로 지적된다. 법인차량, 리스, 렌트 등을 통해 고가차량을 사용하는 행위 역시 제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
송재호 의원은 “기준액을 넘는 고가 차를 타는 사람들이 공공주택에 거주하면 상대적 박탈감이 클 뿐 아니라 입주 관리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가차량으로 입주자격 위반사항이 적발됐어도 현행법상 근거 부족으로 즉각적인 조치가 어려운 것이 문제”라며 “정부와 서울시, SH가 국회와 적극적으로 협의해 조속히 법률을 개정하고 더 많은 취약계층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