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서울 용산구의 한 주택에서 50대 남성이 ‘마약 급성 중독’으로 숨진 채 발견됐는데, 자신의 몸 속에 다량의 마약을 넣고 운반하는 일명 ‘보디패커(body packer)’ 첫 사례로 확인됐다. 그동안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접할 수 있었던 보디패커는 동남아시아와 중남미 마약 조직이 사용하는 수법으로 알려졌다.
14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용산경찰서는 지난달 25일 오후 5시쯤 용산구의 한 주택에서 숨진 50대 A씨의 몸 속에서 마약이 다량으로 발견돼 수사에 나섰다.
당초 A씨의 사망 원인은 엑스터시 급성 중독으로 알려졌었다. 그런데 부검 결과 A씨의 뱃속에서 마약류인 엑스터시 봉지 79개가 터진 채로 발견됐다. 게다가 그의 장기 안에서는 무려 600여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케타민 분말 118g도 나왔다.
이에 경찰은 A씨가 지난달 태국에서 귀국하며 몸 속에 숨기고 밀반입하려고 한 마약 봉지가 터지면서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A씨의 모발에선 마약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 이에 A씨가 마약 중독자나 복용자가 아닌, 밀수 조직이 고용한 보디패커일 가능성이 크다.
보디패커들은 몸 속에서 마약 봉지가 터지면 급사할 수 있어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음식물을 섭취하지 않아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 사망 사실을 최초 신고한 동거인 등을 대상으로 마약 반입 경위 등을 수사하고 있다.
한편, 검찰은 이날 ‘마약 청정국’으로의 위상을 되찾겠다면 이른바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대검찰청은 14일 서울중앙지검과 인천지검, 부산지검, 광주지검 등 전국 4개 검찰청에 유관기관이 참여하는 <마약 범죄 특별수사팀>을 개설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4개 팀 전체 규모는 70∼80명으로, 검찰청별 마약 전담 검사와 10∼15명의 마약 수사관이 주축이 된다. 여기에 지방 세관·해양경찰청·식약처·지자체 관계자들이 힘을 보탤 거로 보인다. 검찰은 마약 직렬 수사관(총 252명)을 중심으로 인력 배치를 재편하기로 했다.
특별수사팀의 주된 수사 대상은 ▲ 대규모 마약류 밀수출·입 ▲ 의료용 마약 불법 유통 ▲ 다크웹 등을 통한 인터넷 마약류 유통 등이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국내 마약류 관련 사범은 2012년 9255명이었으나, 2021년 1만6153명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