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먹통’ 사태에 카카오 “리스크 대응 시나리오 있었지만, 화재는 예상못해” 해명

'재난 대비하는데 특정한 유형은 빼놓는다' 비판 제기 / 제대로 된 대비라는 평가 어렵다는 지적도
연합뉴스

 

이번 '카카오톡 먹통' 사태처럼 대규모 통신 장애가 발생했을 때마다 나오는 교훈이 있다. 바로 백업 시스템 구비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내부 시스템 오류든 이번처럼 화재에 따른 서비스 장애든 일단 문제가 발생하면 이를 복구할 시스템, 또 대처할 방안을 담은 매뉴얼의 필요성에 대한 지적은 통신 대란이 일어날 때마다 반복돼왔다.

 

그러나 카카오톡 등 여러 서비스의 동시다발 중단은 카카오가 과연 이런 업계의 교훈을 제대로 숙지하고 대비했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16일 IT 업계 관계자들은 일제히 지적했다.

 

물론 카카오는 여러 데이터센터에 서버를 분산하는 이중화 작업을 해왔다고 해명한다. 나름의 대비책을 세웠다는 주장이다.

 

그렇지만 카카오는 '화재'에 대해선 대비 못 한 특수 상황이라고 변명하고 있다. 양현서 카카오 부사장은 화재가 발생한 SK 주식회사 C&C의 판교 데이터센터에서 16일 기자들과 만나 "예상하는 리스크(위험) 대응 시나리오가 있었지만, 화재는 워낙 예상을 못 한 시나리오였기 때문에 대비책이 부족하지 않았나 본다"고 했다.

 

이를 두고 재난 대비를 하는 데 특정한 유형의 재난을 빼놓은 것을 두고 제대로 된 대비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4년 전 서울과 경기 일부 지역에서 발생한 KT의 대규모 통신 장애가 '화재'에서 비롯됐다는 교훈에서 아무것도 못 배운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적지 않다.

 

당시 서울 중구, 용산구, 서대문구, 마포구 일대와 은평구, 경기도 고양시 일부 지역 통신이 짧게는 이틀, 길게는 1주 이상 마비됐다.

 

KT 아현지사 건물 지하 통신구에서 난 불이 광케이블 등을 태운 탓이었는데, 화재는 10시간여 만에 진화됐으나 전화와 인터넷 회선 등을 복구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려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카드 결제가 안 돼 영업을 중단한 소상공인도 있었고, 은행 등 일상적인 업무에 불편을 겪은 시민들도 많았다.

 

더군다나 카카오는 10년 전에도 전력 공급 장애로 4시간 가까이 카카오톡을 서비스하지 못한 적이 있어 대비를 더 철저히 해야 했다고 ICT 업계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카카오는 당시 서버를 LG CNS의 가산 인터넷데이터센터(IDC)에 두고 있었는데, 전력 공급이 끊기면서 서버가 다운돼 카카오톡 서비스 장애를 일으켰다.

 

그때도 카카오 같은 인터넷 대기업은 여러 IDC에 시스템을 분산 운영해 '불통' 사태를 방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아쉽게도 실제 기업 현장에서는 잘 반영되지 않았다.

 

IT 업계와 전문가들은 이런 문제가 반복되는 이유로 즉시 효과가 나타나지 않거나 잘 드러나지 않는 분야에 투입되는 비용을 아까워하는 기업들의 분위기 탓인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