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1년 농사’ 결실로 불리는 국정감사가 여야 의원들의 고성과 막말로 얼룩졌다. 연금·노동·교육 개혁 등 굵직한 과제 논의는 실종됐다. 국감 기간 중 발표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관련 감사원의 ‘중간 감사 결과’는 한창 불붙은 여야 정쟁에 ‘땔감’ 노릇을 하며 불길을 더욱 키웠다. 정권교체 이후 첫 국감에서 여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야당은 전 정부를 각각 방어하려다 보니 실속 없는 ‘정쟁 국감’이 됐다는 평가다.
◆“혀 깨물고 죽지”, “너나 잘하세요”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4일 시작한 국감이 종반부에 접어들어 일부 상임위는 금주 중 종합감사를 진행한다. 하지만 이번 국감은 별 소득 없이 정쟁과 파행 속에 여야 의원 간 주고받은 막말로 얼룩졌다는 것이 정치권 안팎의 대체적 평가다.
◆남은 국감 일정도 정쟁 불가피
향후 국감 일정도 정쟁 일변도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국감이 야권 인사 사법 리스크와 맞물리면서 정책 국감 분위기 조성이 사실상 어려워져서다.
최대 격전지는 법제사법위원회다. 민주당은 검찰의 성남FC 의혹 사건 수사로부터 이재명 대표를 보호하기 위해 사활을 건 모습이다. 이 대표 측근 이화영 전 의원의 뇌물수수 의혹이 어디까지 번질지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감사원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당시 전 정부 핵심 인사들을 수사 의뢰한 점도 여야 정쟁의 소재가 됐다. 이와 별도로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부장검사 이준범)는 이날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피고발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하려 했으나 불발에 그쳤다. 소환 시점이 외부에 알려지자 일정을 조정한 것으로 보인다.
여당은 야권 인사들의 각종 사법 리스크를 부각하는 것만으로도 이번 국감의 ‘큰 성과’로 보는 분위기다. 윤 대통령을 둘러싼 각종 구설을 덮고 대야 공세를 펴기에 좋은 소재여서다. 여소야대 탈출을 모색 중인 국민의힘은 이 여세를 몰아 총선 국면에서도 이러한 공세를 계속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연금개혁 등 거시적 주제는 민주당도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다. 민주당 관계자는 “어떤 식으로든 개혁한다는 건 더 내야 하는 사람이 발생하거나 혜택을 덜 받는 사람이 나오는데 어느 경우도 표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여든 야든 굳이 먼저 나서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차라리 여권 공세에 적극 대응하며 지지층 규합에 나서는 편이 낫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