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식 재구속됐지만 언젠간 나온다…수면 위 떠오른 ‘보호수용제 도입’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법원 “범죄 혐의 소명… 도주 우려”
재수감에도 언젠간 다시 풀려나
출소 뒤 거주예정 지역 주민 불안
“재범 위험 흉악범 보호수용 필요”
“이중처벌… 감독 강화해야” 찬반

미성년자 11명을 성폭행해 15년간 복역한 김근식(54)이 또 다른 아동 성범죄 혐의로 출소 예정일을 하루 앞두고 재구속됐다. 김근식이 구속 상태에서 검찰 조사를 받게 돼 출소 후 거처 문제와 인근 주민 반발은 일단락될 전망이다. 그러나 김근식이 언젠가 다시 풀려날 수밖에 없고, 그와 같은 아동 성범죄자가 출소할 때마다 재구속시킬 수도 없어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보호수용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인천경찰청 제공

16일 수원지법 안양지원 송중호 부장판사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를 받는 김근식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진행하고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송 부장판사는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도주 및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고 발부 사유를 밝혔다.

 

이에 따라 17일 출소해 경기 의정부시에 위치한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경기북부지부에 입소할 예정이었던 김근식은 형기 종료에도 계속 안양교도소에 수감될 예정이다.

 

새롭게 드러난 김근식의 범행은 2006년 당시 13세 미만이던 아동에 대한 강제추행 혐의다. 피해자가 언론을 통해 김근식의 과거 연쇄 성범죄 사실을 접하고, 2020년 12월 인천 계양경찰서에 김근식으로부터 과거 강제추행을 당했다고 신고했다. 2010년 4월 시행된 성폭력범죄 특례법에 따르면 미성년자에 대한 성폭행 사건의 공소시효는 피해자가 성년이 된 날부터 기산한다.

출소를 이틀 앞두고 구속영장이 청구된 아동 성범죄자 김근식을 태운 호송버스가 16일 경기도 안양시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수원지검 안양지청에 도착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앞서 김근식은 2000년 미성년자를 성폭행한 혐의로 수감됐다가 2006년 5월8일 출소했지만, 출소 16일 만에 미성년자 11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당초 지난해 9월 출소 예정이었으나 2013년과 2014년 동료 재소자를 폭행한 혐의로 형기가 늘어 출소가 늦어졌다.

 

“흉악범 거주 결사반대” 미성년자 연쇄 성폭행범 김근식이 경기 의정부시 갱생 시설에 거주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지역 주민들이 16일 의정부시청 광장에서 열린 ‘김근식 갱생시설 입소 철회 촉구 결의대회’에서 손팻말 등을 들고 김근식의 입소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의정부=서상배 선임기자

김근식의 출소 소식이 알려진 지난달부터 그의 출소 후 거주지를 놓고 논란이 일었다. 법무부가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채우고 보호관찰관을 배치해 24시간 감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그간 전자발찌를 찬 상태에서도 범행을 저지른 사례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전자발찌를 끊고 여성 2명을 살해한 강윤성(57)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김근식의 의정부행이 알려지자 의정부 주민들은 철회를 촉구하며 집회를 열었다. 조두순(70)이 2020년 출소해 경기 안산시에 자리 잡은 뒤 아이를 둔 가정들이 다른 곳으로 이사 가면서 근방 어린이집이 모두 폐업한 것과 같은 사태가 재연될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흉악범 출소를 두고 매번 시민들의 불안과 사회적 갈등이 빚어지면서 일각에선 보호수용제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보호수용제는 재범 위험성이 높은 흉악범이 형기를 채우더라도 바로 사회로 복귀시키지 않고 전담교정시설로 보내 사회와 일정 기간 격리하는 제도다.

16일 경기 의정부시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경기북부지부 출입구가 굳게 닫혀 있다. 뉴스1

찬성 측은 전자발찌 등이 범죄를 완벽하게 차단하지 못하는 만큼 흉악범에 한해 보호수용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도 대선 때 공약으로 보호수용제 도입을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재범 위험성이 높은 2회 이상 살인 △3회 이상 성폭력 △13세 미만 대상 성폭력·중상해 등 범죄자를 대상으로 보호수용제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이창현 한국외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상습성이 인정되고 재범 위험이 높은 이들을 대상으론 보호수용제가 활용될 필요가 있다”며 “단, 인권 침해 등 논란이 있는 만큼 시설 입소 후 6개월마다 퇴소 심사를 하는 등 요건을 엄격하게 따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보호수용제 도입을 반대하는 쪽은 형기를 마치고 다시 시설에 격리하는 것은 일종의 이중 처벌이라고 주장한다. 국가인권위원회도 2020년 보호수용제에 대해 “자유의 박탈이라는 본질에서 형벌과 차이가 없어 이중 처벌과 기본권 침해 소지가 크다”고 밝혔다.

 

김한규 변호사(법무법인 공간)는 “범죄 위험이 높은 인물이 있다고 해서 형사처벌을 마친 자를 다시 집어넣는다는 건 형사법 대원칙과 헌법에 맞지 않는다”며 “법이 허용하는 테두리 내에서 감독이나 처벌을 강화하는 쪽으로 가는 게 맞지 별도로 인신을 구속하는 건 무리가 있다”고 했다. 김대근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법무정책연구실장 역시 “보호수용제를 실시하려면 재범의 위험성을 명확히 측정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에 대한 실증적·과학적 연구가 아직 충분하지 않다”며 “오·남용의 가능성이 큰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