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빅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5% 포인트 인상)에 맞춰 시중은행들도 잇달아 수신금리를 올리면서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연 5% 선에 근접했다. 일부 저축은행에선 이미 5%가 넘는 정기예금이 출시되기도 했다.
은행 예금금리가 쏠쏠하게 오르자 지난해 저금리 기조 속에 자본시장으로 이동했던 시중 자금이 은행 예적금으로 대거 몰리는 '역(逆) 머니무브' 현상도 가속화하고 있다.
16일 뉴스1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기준금리 인상(12일) 이후 수신금리를 발빠르게 올리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14일부터 예적금 39종의 기본금리를 최대 0.8%p 인상했다. NH농협은행도 같은 날 거치식 예금 금리를 0.5%p, 적립식 예금 금리는 0.5∼0.7%p 높였다. 우리은행은 하루 앞선 13일부터 19개의 정기예금과 27개의 적금 금리를 최대 1.0%p 인상했다.
하나은행은 대표 정기예금 상품인 '하나의 정기예금' 금리를 14일 최대 0.65%p 올린 데 이어, 20일부터 예적금 등 29종 수신상품의 금리를 최대 0.95%p 인상하기로 했다. KB국민은행도 조만간 수신상품 금리 인상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수신금리 인상으로 우리은행의 비대면 '우리 첫 거래 우대 정기예금'의 최고금리는 기존 연 3.8%에서 4.8%(이하 14일 기준)로 올라 금리가 연 5%에 근접했다. 하나은행의 '하나의 정기예금'도 1년 만기 기준 최고 연 4.6%의 금리를 제공한다. 신한은행의 '쏠편한 정기예금'은 1년 만기 시 최고 연 4.55%의 금리를 준다.
일부 저축은행은 이미 정기예금 금리가 5%대에 진입했다. 예가람저축은행의 비대면 'e-정기예금'은 최고 연 5.15%의 금리를 제공한다. 한국투자저축은행, 동원제일저축은행 등도 최고금리가 연 5.1%까지 올랐다.
정기예금 금리가 연 5%를 넘어서면 은행에 1억원을 맡겼을 때 연이자가 500만원에 달한다. 이자과세(15.4%)를 떼더라도 423만원을 이자로 받을 수 있다. 매달 이자가 35만원이 넘는다. 예치금액이 2억원이면 연이자는 846만원(매월 70만5000원), 3억원은 1269만원(매월 105만원)으로 늘어난다.
예금금리가 오르면서 자본시장으로 쏠렸던 시중자금이 은행으로 다시 돌아가는 '역 머니무브' 현상도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14일 발표한 '9월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은행의 정기예금은 지난 한 달에만 32조5000억원 늘었다. 2002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최대 증가 폭이다.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정기예금 증가액은 무려 131조30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15조1000억원)과 비교하면 8.7배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