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에서 요구하는 자료제출은 경계를 해야한다.”
김두겸 울산시장이 국정감사를 앞두고 야당의 자료 제출 요구에 응하지 말라는 취지의 지시를 한 것이 울산시 국정감사에서 재차 거론됐다.
17일 울산시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의원은 ‘2022년 9월 23일 울산시 업무보고회’ 동영상을 공개했다. 해당 영상에서 김 시장은 “야당 의원들 한 분이라도 그 분을 통해서 우리 시에 필요한 자료들이 유출되는 게 너무 많다. (그) 시의원을 통해 자료를 요구하면 그 자료가 서울까지 간다”며 “우리 여당끼리는 그러면 되는데(제료를 요구하고 제출하는 것), 야당에서 요구하면 우리한테는 안 되니까 시의원을 통해 자료가 너무 나가는 것을 좀 경계를 해야겠다”고 발언했다.
이어 김 시장은 “우리 (시)의회에 근무하는 직원 분들도 이런 거 저런 거 좀 살펴봤으면 좋겠다”며 “덜렁덜렁 너무 그렇게 자료가 외부로 좀 안나가도록, 제 이야기 무슨 뜻인지 아시겠습니까”라고 재차 강조했다. 야당 소속 시의원들이 요구한 자료를 제공할 경우, 국회까지 가서 문제가 될 수 있는 만큼 자료 제공을 사실상 자제하라는 의미인 셈이다.
이해식 의원은 “법치,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법령에 규정된 대로 행정을 해야 한다”며 “국회증언감정법(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에는 직무상 비밀이라는 이유로 자료 제출을 거부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김 시장의 발언은) 국회의원과 지방의원에 부여된 자료요구권을 완전히 무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가기관은 군사·외교·대북 기밀을 제외하고는 직무상 비밀에 속한다는 이유로 증언이나 서류 등의 제출을 거부할 수 없도록 돼 있다. 법은 정당한 이유 없이 자료 제출을 거부할 경우 국회는 의결을 통해 주무부처 장관의 출석을 요청하거나 관계자 징계 등의 조치를 요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의원은 “김 시장의 태도는 봉건주의 왕과 같은 태도다. 시청 공무원들도 (김 시장의) 하수인이 아니다”며 “사과할 용의가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김 시장은 “사과할 상황이 아니다”고 답하며 설전이 벌어졌다.
이 의원이 재차 “이게 사과할 상황이 아니라는 거냐” 질문했고, 김 시장은 “사과할 상황이 아니”라고 맞받아쳤다.
이날 국감에서는 최근 파기된 부울경 특별연합(부산·울산·경남 메가시티)에 대한 야당의 공세가 이어졌다.
민주당 송재호 의원은 “모든 정책에는 역사성이 있고, 부울경 특별연합 역시 노무현 정권에서 시작돼 이명박 정권에서 수용했고, 균형발전특별법에 반영돼 문재인 정부 후반기에 구체화가 됐다”며 “잘 달리는 열차였는데 갑자기 파기 선언을 하며 초광역경제동맹을 말하고, 행정통합을 얘기한다”고 지적했다.
김 시장은 “지방에 권한을 나눠주고 재정을 줘야하는데 부울경특별연합은 선언적인데 불과했다”며 “인력이나 사무실 운영비 등 연간 200억원의 적지 않은 예산이 드는 상황에서 이익도 실효성도 없다면 굳이 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고, 개별 사안에 대해 공동대응 하자는 개념으로 접근한 것이 초광역경제동맹이다”고 답했다.
이에 송 의원은 “용어는 어떤 것을 쓰던 무슨 상관이 있겠냐”며 “다만 법적으로 근거를 마련하고 정책적으로 실체가 반영된 사업을 굳이 전임 시장의 색을 지우기 위해 파기하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라고 재차 짚었다.
이해식 의원도 “부울경 특별연합은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었고, 관련 사업 5개가 국정과제로도 반영됐다”며 “부울경 특별연합 파기는 대통령 공약과 국정과제를 파기하는 것과 같은 것으로, 지방정부가 권한을 스스로 포기하는 건데 이게 옳으냐”고 따졌다.
국민의힘 전봉민 의원도 “부산과 울산이 가진 문제가 같다. 부울경 3개 시도가 모두 인구가 줄고 있다”며 “초광역권 사업 예산이 35조원에 달한다. 3개 시·도가 잘 화합해서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주길 바란다”고 했다.
김 시장은 “지역균형발전은 당연히 해야하고, 대응할 논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지금 현 상태에서는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라며 “1시간 순환광역철도 사업 등 진행 중인 사업은 100% 추진하고, 협력할 것엔 발 벗고 나서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