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 만들어 놓고 자기네들이 귀찮은 내용만 쏙 뺀 격이다.”
성공회대 박인혜 교수는 17일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국회의 4대 폭력(성폭력·성희롱·성매매·가정폭력) 예방교육 이수율 결과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구성원들의 교육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미이수 시 벌칙을 줘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박 교수는 “공무원 등은 정기적으로 듣게 하고, 인사고과 등에도 반영돼 억지로라도 교육을 들을 수밖에 없는 법을 만들어놨지만 정작 의원은 이를 이행하지 않는 꼴”이라며 “국회서도 그런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공공기관처럼 의원들의 교육 이수 여부를 공개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권수현 대표는 “다른 조직처럼 이수 명단을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행 양성평등기본법에 따르면 이수율이 70% 미만인 경우 성인지교육 부진 교육기관으로 공표하게 되어 있다. 국회의원은 개개이 헌법 기관인 만큼 이수하지 않은 이들 이름을 공개하자는 주장이다.
다만 이를 맡기고 추진할 기관이 없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현행 의원을 관리·감독하는 윤리특별위원회는 징계권한이 없다. 여야 갈등이 첨예한 시절에는 특위 구성부터가 막힌다. 국회 사무처에 권한을 쥐여 줘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사무처가 의원들의 감사 대상인 탓에 영향력을 발휘하기 어렵다.
권 대표는 “의원을 대상으로 한 별도 위원회를 설치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국회의장 직속으로 외부인사로 구성된 위원회를 조직하고 권한과 독립성을 부여하는 방안이다. 한국여성정치연구소 황훈영 부소장은 한발 더 나아가 “국회 내부 성범죄가 한두 건도 아니고, 이수율조차 낮다면 결국 국민소환제밖에 없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일부에서는 ‘맞춤형 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의원과 같은 고위직일수록 “내가 다 알고 있는데 무엇하러 그것을 듣느냐”라는 반응이 나온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여성정책전문가는 “기관장이나 고위직의 경우 그룹별, 일대일 교육 등을 진행하는 등 조직 특성에 맞춘 교육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나온다”면서도 “의원의 경우 성인지 감수성 편차가 워낙에 심해 강사가 부담을 가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