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메신저'에 뒤통수 맞은 이용자들… 카카오와 '헤어질 결심'

서비스 정상화 속 '탈카카오' 가속
메일·톡채널 등 여전히 복구 안돼
자영업자 “수수료만 받고…” 분통
“약정기간 끝나는 대로 탈퇴할 것”

라인·티맵 등 경쟁 앱 다운로드↑
피해자들은 집단 소송 움직임도
법조계 “중재 통한 기업보상 최선”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의 주요 서비스에 장애가 발생한 지 이틀째에 접어든 17일 카카오 주요 서비스들이 오류를 바로잡으면서 대부분 정상화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일부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사용자들의 불만이 폭증하고 있다. 큰 불편함을 겪은 이용자들은 카카오의 플랫폼 독점이 원인이라며 ‘탈(脫)카카오’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다.

17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 아지트 모습. 데이터센터 화재로 장애가 있었던 카카오의 각종 주요 서비스들이 속속 오류를 바로잡으면서 점차 정상을 되찾고 있다.   연합뉴스

카카오는 이날 “대부분 주요 서비스들이 정상화되고 있다”며 “이용자들이 자주 사용하지 않는 일부 서비스는 아직 복구 작업 중이며, 서비스가 완전히 정상화할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서비스별로 카카오톡의 경우 오전 6시부터 문자와 이미지, 동영상 파일의 수·발신이 가능해졌다.



카카오는 공지를 통해 이날 오후 3시 기준 카카오톡 지갑 서비스와 금융 서비스들의 주요 기능이 복구됐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카카오 지갑 서비스인 카카오 인증서와 전자증명서, 디지털카드, 지갑QR, 톡명함, MY 구독과 금융 서비스인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크를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카카오게임즈와 카카오웹툰, 지그재그 서비스도 정상적으로 운영 중이다.

그러나 다음·카카오메일과 톡채널, 톡서랍은 정상화가 지연되고 있다. 카카오 측은 “해당 서비스들은 연계 시스템의 복잡도가 높고 복구 장비 등의 특수성이 있어 정상화가 지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대규모 서비스 장애가 발생한 지 이틀이 지나도 여전히 일부 서비스가 완전히 복구되지 못하자, 불편을 겪은 이용자들은 다른 대체재를 찾으며 ‘탈카카오’에 나서고 있다.

이날 오전 기준, 애플 앱스토어 순위를 보면 라인이 1위를 기록했다. 네이버 지도, 우티(우리들의 택시), 티맵 등이 뒤를 이었다. 카카오의 경쟁사 앱들의 다운로드 수가 급증했다.

직장인 김모(29)씨는 “업무용 단체 대화방을 쓰고 있었는데 카카오톡이 먹통이 돼 라인에 들어갔더니 하루 사이 지인 수십 명이 가입했다”며 “앞으로 카카오톡 대신 라인이나 텔레그램 등 다른 메신저를 쓰자는 주변 반응도 있다”고 말했다.

이날까지 일부 기능이 여전히 복구되지 않으면서 크고 작은 피해가 이어졌다. 카카오의 플랫폼 서비스를 이용하는 자영업자들도 ‘탈카카오’를 외쳤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A씨는 “동네 상권이 대학 밀집 지역이라 ‘카카오헤어샵’을 이용하지 않을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전체 예약 비중의 70%가량이 ‘카카오헤어샵’을 통해 유입된다”고 말했다. 이어 A씨는 “다른 플랫폼과 달리 카카오는 예약·결제 수수료를 각각 받는 데다가, 업체가 노출되려면 주 3만원의 광고비도 내야 한다. 수수료도 높은데 대처 능력이 너무 떨어진다고 느꼈다”고 덧붙였다.

17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 아지트 모습. 데이터센터 화재로 장애가 있었던 카카오의 각종 주요 서비스들이 속속 오류를 바로잡으면서 점차 대부분 정상을 되찾고 있다.    연합뉴스

카카오 계정으로 통합된 포털사이트 다음의 메일 기능도 복구되지 않아 직장인들이 업무에 차질을 빚었다. 프리랜서로 일하는 박모(34)씨는 그간 업무상 보낸 메일 중 카카오 계정을 쓰는 상대방이 보낸 메일이 모두 반송되는 사태가 벌어져 진땀을 흘렸다. 그는 “개인 휴대전화로 연락하는 것을 꺼리는 분들도 많은데 메일 업무가 이뤄지지 않아 아침부터 고생해야 했다”고 토로했다.

카카오톡을 상대로 한 소비자들의 집단 손해배상 소송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이날 네이버에는 ‘카카오톡 화재 장애로 인한 손해배상’과 ‘카카오톡 피해자 모임’ 등 집단 소송을 준비하는 카페들이 개설된 상태다.

법조계에서는 “제대로 된 배상을 받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엄태섭 변호사(법무법인 오킴스)는 “우리 민법은 ‘전보적 손해배상’(실제 발생한 손해액만큼만 배상하는 방식)이 원칙”이라며 “서비스 이용료를 기준으로 한 소액의 배상액을 넘어서 영업 손실까지 배상받기는 힘들다”고 내다봤다. 엄 변호사는 “소송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중재를 통해 최대한도의 기업 보상을 이끌어내는 것이 최선”이라고 지적했다.

정경일 변호사(법무법인 엘앤엘)도 “이용자들의 (배상) 청구액과 배상액 차이의 간극이 클 것”이라며 “카카오 약관에 ‘불가항력 손해’에 대한 책임을 부정하고 있는데 카카오도 화재를 예상하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카카오 통합서비스 약관의 ‘손해배상’ 조항에는 “‘천재지변 또는 이에 준하는 불가항력의 상태에서 발생한 손해’, ‘간접 손해, 특별 손해 및 징벌적 손해’ 등에 대한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