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7일 판교 데이터센터(IDC) 화재로 인한 카카오 서비스 장애 사태와 관련해 “독점이나 심한 과점 상태에서 시장이 왜곡되고, 이것이 국가 기반 인프라와 같은 정도를 이루고 있을 때는 국민의 이익을 위해 당연히 제도적으로 국가가 필요한 대응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독과점 규제 논의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카카오 시장 점유율이 상당한데 (이번 사태 원인으로) 독점 얘기가 나온다. 구조 개선을 위해 정부가 고민할 부분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 지금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저는 기업 자율과 창의를 존중하는 자유시장경제 사고를 갖고 있지만, 그것은 시장 자체가 공정한 경쟁 시스템에 의해 자원과 소득이 합리적으로 배분된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며 “(카카오는) 민간 기업에서 운영하는 망이지만 사실 국민 입장에서 보면 국가 기간 통신망과 다름이 없다”고 강조했다. 김은혜 홍보수석은 서면 브리핑에서 “사실상의 국가기간통신망이 이윤을 사유화하고 비용을 사회화하는 일이 없도록 민관 차원의 재점검을 당부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그간 플랫폼 사업자에 대해 ‘선 자율규제, 후 법·제도적 규제’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인해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 지배력 남용행위 등과 관련해 강화된 지침이 마련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오는 19일 국회에서 당정 협의회를 갖고 민간 데이터센터도 방송·통신 시설처럼 국가재난관리시설로 지정해 관리하는 내용을 담은 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과 관련한 논의에 착수할 계획이다.
공정위는 지난 1월 플랫폼 사업자의 주요 경쟁제한행위 유형을 ‘멀티호밍’(자사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의 경쟁 온라인 플랫폼 이용 방해) 제한 등 4가지로 분류한 심사지침을 행정예고 했고, 연내 지침을 확정할 계획이다. 금융감독원도 이날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등 금융 계열사들을 상대로 화재 당시 비상 대응에 대한 점검에 나섰다. 대통령실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국방부, 국가정보원, 대검찰청, 경찰청, 군사안보지원사령부 관계자로 구성된 범정부 사이버안보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김성한 안보실장이 주재하는 사이버안보상황점검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한편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이날 김범수 카카오 의장과 최태원 SK 회장, 이해진 네이버 GIO(글로벌투자책임자)를 오는 24일 과기부 종합국정감사장에 증인으로 부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