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C&C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의 주요 서비스에 장애가 발생한 지 이틀째에 접어든 17일 카카오 주요 서비스들이 오류를 바로잡으면서 대부분 정상화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일부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사용자들의 불만이 폭증하고 있다. 큰 불편함을 겪은 이용자들은 카카오의 플랫폼 독점이 원인이라며 ‘탈(脫)카카오’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다.
이날 오전 기준, 애플 앱스토어 순위를 보면 라인이 1위를 기록했다. 네이버 지도, 우티(우리들의 택시), 티맵 등이 뒤를 이었다. 카카오의 경쟁사 앱들의 다운로드 수가 급증했다.
직장인 김모(29)씨는 “업무용 단체 대화방을 쓰고 있었는데 카카오톡이 먹통이 돼 라인에 들어갔더니 하루 사이 지인 수십 명이 가입했다”며 “앞으로 카카오톡 대신 라인이나 텔레그램 등 다른 메신저를 쓰자는 주변 반응도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톡을 상대로 한 소비자들의 집단 손해배상 소송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이날 네이버에는 ‘카카오톡 화재 장애로 인한 손해배상’과 ‘카카오톡 피해자 모임’ 등 집단 소송을 준비하는 카페들이 개설됐다.
법조계에서는 “제대로 된 배상을 받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엄태섭 변호사(법무법인 오킴스)는 “우리 민법은 ‘전보적 손해배상’(실제 발생한 손해액만큼만 배상하는 방식)이 원칙”이라며 “서비스 이용료를 기준으로 한 소액의 배상액을 넘어서 영업 손실까지 배상받기는 힘들다”고 내다봤다. 엄 변호사는 “소송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중재를 통해 최대한도의 기업 보상을 이끌어내는 것이 최선”이라고 지적했다.
정경일 변호사(법무법인 엘앤엘)도 “이용자들의 (배상) 청구액과 배상액의 간극이 클 것”이라며 “카카오 약관에 ‘불가항력 손해’에 대한 책임을 부정하고 있는데 카카오도 화재를 예상하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카카오 통합서비스 약관의 ‘손해배상’ 조항에는 “‘천재지변 또는 이에 준하는 불가항력의 상태에서 발생한 손해’, ‘간접 손해, 특별 손해 및 징벌적 손해’ 등에 대한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카카오그룹株 ‘급락’… 시총 2조 증발
초유의 장기간 서비스 ‘먹통’ 현상을 빚은 카카오가 17일 주식시장에서도 된서리를 맞았다. 주가가 급락하면서 하루 만에 2조원 이상 시가총액이 빠져나갔다. 증권가에서는 카카오그룹 관계사들이 당분간 하락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고, 기업의 피해금액은 일단 200억원이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카카오그룹 내 상장기업 4개사(카카오·카카오게임즈·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 모두 하락세로 장을 마감했다. 카카오가 5.93% 하락하며 4만8350원을 기록, 연저점을 경신했고 카카오게임즈(2.22%), 카카오뱅크(5.14%), 카카오페이(4.16%) 모두 마이너스 수익률로 장을 마감했다. 카카오그룹 상장사들은 장 초반에는 8∼9%의 하락률을 보이기도 했다.
데이터센터 화재로 서비스 먹통의 원인을 제공한 SK C&C를 운영하는 지주회사 SK도 이날 전 거래일 대비 3.64% 하락한 19만85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가 전 거래일 대비 0.32%, 코스닥은 0.55% 상승한 것과는 대비된다.
같은 화재를 겪었지만 카카오와 달리 빠른 복구에 성공한 네이버(NAVER)는 0.91% 상승한 16만70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올해 들어 계속 약세를 보였던 카카오그룹 상장사들은 14일 오랜만에 급등하면서 반등 기대감이 나왔지만 주말에 있었던 먹통 사태로 금세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날 하루에만 카카오그룹 상장사 4곳의 시가총액 2조561억원이 날아갔다.
지난해 12월 말 종가 기준 카카오그룹 상장사의 시가총액 108조2432억원과 비교하면 71조1332억원이나 감소했다.
서비스 먹통 사태로 인한 카카오 기업 손해 규모는 일단 220억원가량으로 예상됐다.
카카오로선 카카오페이 임직원 스톡옵션 행사 논란, 막대한 시장 점유율에 대한 비판에 이어 이번 서비스 불안정 사태까지 빚어지면서 큰 난관에 봉착한 분위기다.
증권사들은 잇따라 카카오의 적정주가를 내리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보고서에서 “카카오는 사실상 전 국민이 이번 사태로 불편을 겪으면서 브랜드 프리미엄이 퇴색됐다”며 목표주가를 10만6000원에서 6만5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