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이란제 자폭 드론을 이용한 대규모 공격에 나서면서 우크라이나가 새로운 공포에 떨고 있다고 더타임스, 뉴욕타임스(NYT) 등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외신에 따르면 전날 오전 6시30분 공습 사이렌과 함께 여러 대의 드론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상공에 나타났다. 더타임스는 러시아가 28대의 이란제 샤헤드-136으로 추정되는 드론을 키이우에 보냈고, 이 공격으로 최소 5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사망자 중엔 젊은 부부도 있었다. 건물 잔해에 깔려 숨진 채 발견된 아내는 임신 6개월째였다.
동체 길이 3.3m, 날개폭 2.4m 정도의 삼각형 형태인 샤헤드-136은 동체 앞에 약 40㎏짜리 폭발물을 싣고 있다. 비교적 낮은 고도에서 비행하다 탐지된 목표물에 동체를 직접 부딪쳐 피해를 준다. 자폭 드론, 혹은 태평양전쟁 때 일본군 자살 특공대 이름을 딴 가미카제(神風) 드론이라고도 불린다.
드론은 저공·저속 비행하면서 특유의 엔진 소리를 내 목표물 타격 전부터 현실적인 공포감을 불러일으킨다. 폭발력이 크진 않지만 정확도가 장점이다. 미국 안보 분석 싱크탱크 CNA의 새뮤얼 벤데트 연구원은 NYT에 샤헤드-136이 “군사무기이면서 심리무기”라고 설명했다.
더타임스는 크름대교 폭발 뒤 대규모 공습을 감행한 러시아가 순항미사일 재고가 부족해 값싼 드론을 이용한 공격을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샤헤드-136은 대당 2만달러(약 2860만원)로 100만달러 정도인 순항미사일의 50분의 1 가격이다.
이란은 러시아에 드론을 공급한 적이 없다고 잡아떼고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레믈궁 대변인도 18일 “사용 중인 장비는 러시아제이고 러시아 이름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서방 정보 당국은 러시아가 8월 이란제 드론 2400대를 들여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미국은 러시아가 사용한 자폭 드론이 이란산이라며 대이란 추가 제재를 예고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17일 브리핑에서 “이미 7월부터 경고한 대로 이란은 러시아에 무인기 판매를 계획 중이었으며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가 군은 물론, 민간을 상대로 이를 사용한 광범위한 증거가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군 공습은 18일에도 이어져 키이우 등 곳곳에서 전기가 끊겼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10일부터 우크라이나 발전소 30%가 파괴됐다”며 “푸틴 정권과는 협상을 할 여지가 없다”고 비난했다.
한편 우크라이나에서 가까운 러시아 남부 크라스노다르주 예이스크시 인근 공군기지에서 러시아 공군의 최신예 전폭기인 수호이(SU)-34 1대가 17일 저녁 이륙 직후 시내로 추락해 어린이 3명을 포함한 최소 13명이 사망하고 19명이 부상했다. 사고기를 몰던 조종사 2명은 추락 직전 탈출했다. 러시아 측은 기술적 결함을 사고 원인으로 추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