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법원이 공공기관 평균의 2배 가까운 전기를 쓰고, 15배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공공기관 에너지이용 효율화제도’와 ‘온실가스 목표관리제’ 등 에너지 관리 제도에 모두 빠져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헌법기관에 에너지 이용 법정의무를 부여하는 것은 삼권분립에 어긋난다’는 이유에서다. 에너지 위기를 맞아 18일부터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시행된 고강도 에너지 절감 조치에도 법원 등 헌법기관은 뒤로 물러나 있다.
1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이 국회 등 헌법기관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법원은 104GWh의 전력을 썼다. 공공기관 평균사용량인 54GWh의 2배에 육박하는 양이다. 국회는 평균치와 비슷한 50GWh를 썼다. 461개 공공기관(전기사용량 실적 제출 기준) 중에 순위를 매겨보면 법원은 상위 19위, 국회는 31위로 매우 높다. 100명 중 4위와 7위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헌법기관은 여느 공공기관에 비해 온실가스도 많이 배출한다. 법원과 국회의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은 각각 7만1052t(이산화탄소 환산), 2만989t으로 공공기관 평균의 15배, 4배에 이른다.
그럼에도 헌법기관은 에너지 관리에서 사실상 ‘치외법권’에 있다.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공공기관 에너지이용 효율화제도(에너지 효율화제도)가 시행 중이지만 국회(소속기관 5개), 법원(222개), 헌법재판소, 선거관리위원회(267개) 등 500개에 이르는 헌법기관은 의무대상에서 빠져있다. 에너지 효율화제도는 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 시·도교육청, 국공립대·병원은 물론 초·중·고교까지 2만5000여 곳이 의무적으로 따라야 한다. 이들 공공기관은 매월 에너지 사용량을 공개하고, 매년 에너지 사용량과 절감 실적, 에너지 효율장치 등을 산업부에 제출한다. 하지만 상당한 양의 전기를 쓰고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헌법기관은 특권적으로 제외돼 있는 것이다.
2017년 20대 국회에서 헌법기관을 에너지 효율화제도 대상범주에 명시한 ‘에너지이용 합리화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무산됐다. 당시 법안심사소위에서 의원들과 수석전문위원이 “행정부가 입법부나 사법부를 상대로 실태를 점검하고 평가하는 것이 삼권분립의 자율성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의견을 내자 당시 산업부 차관은 이에 동의했다.
같은 이유로 올겨울 시행되는 공공기관 에너지 절감 조치에도 헌법기관은 자율적으로 참여할 뿐, 다른 공공기관이 다 받는 실태조사나 평가에선 제외된다.
그러나 삼권분립을 이유로 헌법기관을 대상에서 제외한 건 논리비약이라는 지적이다. 장애인의무고용이나 법정의무교육, 녹색·장애인물품 의무구매 등 20개에 달하는 법률이 헌법기관에 법정의무를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공기관 여부와 관계 없이 연평균 온실가스 배출량이 1만5000t 이상이면 의무 적용되는 온실가스 목표관리제에는 국회사무처만 2014년 편입됐다. 배출량 기준을 넘어선 법원도 목표관리제를 시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양이원영 의원은 “헌법기관은 국가기관이자 광의의 공공기관인데도 특권의식에 기대어 법정의무를 지지 않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며 “기후위기 시대에 헌법기관이 에너지이용 효율화 조치에 앞장되도록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