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이 된 직후 마약에 대한 호기심과 지인의 권유로 대마초를 시작하게 된 A(21)씨는 결국 필로폰까지 손댔다. 2년여간 마약을 복용하다 중독된 A씨는 지난해 마약 중독 치료를 받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그가 입원할 수 있는 병원은 찾을 수 없었다. 경기 수원에 거주하는 그는 경기도뿐만 아니라 전국 수십 곳의 병원에 문의했으나, 마약 중독 환자를 받지 않는다며 번번이 거절당했다. 어렵게 마약 중독 치료 병원을 찾아도 최소 6개월 이상 기다려야 한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도저히 정상적으로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없던 그는 결국 평소 술을 마시지 않지만 알코올 중독 전문 병원에라도 수개월간 입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알코올 중독 전문 병원에서 과도하게 신경안정제를 복용하면서 마약 중독 대신 신경안정제 중독에 빠지게 됐다. A씨는 “어디든 입원하면 상태가 나아질 것이란 기대가 있었지만, 정작 신경안정제를 다량으로 복용해 손떨림만 더 심해졌다”고 토로했다.
마약이 우리 일상에 급속도로 침투하며 관련 범죄가 급증하자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정작 마약 중독자를 치료·관리할 수 있는 환경은 열악한 실정이다. 전국에 운영되는 마약 중독 치료 병상은 오히려 줄고 있고, 지정 병원인데도 환자를 받지 못하는 곳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료보호기관은 전국 21곳에서 운영되고 있지만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태다. 최근 5년(2017∼2021년)간 21개 기관에서 치료를 받은 마약류 중독 환자는 총 1280명인데, 이 중 인천참사랑병원(416명)과 국립부곡병원(414명)이 전체 환자 중 64%에 가까운 환자를 치료했다. 지난해 환자를 단 1명도 받지 않은 곳은 13곳이었고, 이 중 8곳은 5년간 환자를 받지 않았다.
부산에 거주하는 B씨는 “마약 중독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을 찾아 나섰지만 진료를 볼 수 있는 곳을 찾기 어려웠다. 마약 중독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병원이나 의료진이 거의 없어 한참 대기해야 하는 등 치료를 받고 싶어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런 ‘치료 공백’이 벌어지는 것은 정부 지원이 턱없이 부족한 탓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마약 중독자가 지정 병원을 방문해 치료를 의뢰하면 지방자치단체 심의위원회 승인을 거쳐 최대 1년간 무상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치료를 끝낸 병원이 병원비를 청구하면 지자체와 복지부가 병원비를 반씩 부담하지만, 예산 부족으로 병원이 돈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지정 병원에 대한 총 지원액은 3억1587만원이었으며, 올해도 4억1000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2018년까지 가장 많은 마약 중독자를 치료했던 강남을지병원은 미수금 누적으로 경영이 악화해 치료 병원 지정을 해제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치료 기관에 대한 지원을 대폭 늘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최진묵 인천참사랑병원 마약 중독 상담실장은 “현재 병원에서 최대한 마약 중독 환자를 받고 있지만 여건이 되지 않아 수개월 기다려야 외래 진료를 볼 수 있는 상황이다. 정부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 마약 중독에 대해 아는 전문가를 양성하고 치료 이후 사회 복귀를 위한 재활 시설도 늘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경찰은 고속버스터미널 수화물 서비스를 이용해 필로폰을 배송하거나 텔레그램 등을 통해 마약을 사고판 이들을 무더기로 검거했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이날 필로폰 유통·판매자 21명과 이를 매수하고 투약한 피의자 48명 등 총 69명을 붙잡았다고 밝혔다. 또 필로폰 347g, 대마 160g, 로라제팜 204정과 범죄수익금 현금 2000만원을 압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