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주거 형태는 아파트다. 국민 절반 이상이 아파트에 살고 있고, 디자인도 거의 똑같은 모습이다. 이는 아파트의 교환 가치를 높였다. 건축학계는 서양의 아파트가 우리 주거 생활에 도입된 시초를 1962년 준공된 서울 도화동 마포아파트로 본다. 최초로 아파트에 연탄 보일러를 놓았다. 이어 1967년 건축가 김수근이 설계한 세운상가아파트, 1971년 엘리베이터가 처음 설치된 여의도 시범아파트 등 고급 아파트가 줄줄이 들어섰다. 1976년에는 대통령령으로 ‘아파트 지구’가 신설돼 11개 아파트 지구가 지정됐다. 정부의 주택산업 진흥정책과 중산층 육성정책이 맞물려 아파트 보급을 확산시켰다.
건축가 승효상은 “우리 땅에 세워진 아파트는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특별한 형식을 띄는데 바로 ‘단지’라는 개념 때문”이라며 “이 땅의 아파트는 그 세대수가 얼마이든지 들어서기만 하면 그 둘레에 울타리를 치고 주변과 관계를 단절시키는 단지가 된다”고 개탄했다. “어디에도 우리 공동체의 삶을 위한 담론이 없었고 건축의 시대적 정신이 없었다”(‘보이지 않는 건축, 움직이는 도시’)는 것이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대학원장은 “많은 사람들이 꿈꾸는 출세욕, 남보다 나아지겠다는 욕심은 남들보다 얼마나 비싼 아파트에 살고 있는지에 따라 판가름난다”(‘아파트의 이해와 활용’)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