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동원령 발동 이후 러시아인의 탈출 러시가 계속되는 가운데 키프로스가 이들에게 몇 안 되는 안식처로 남았다고 미국의 워싱턴포스트(WP)가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키프로스는 지중해 동부에 있는 그리스계 78%, 튀르키예(터키)계 18% 정도의 인구로 구성된 섬나라다. 1960년 독립했으나 1974년 튀르키예가 키프로스 북부를 점령하면서 분단됐다. 북키프로스는 현재 국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신문에 따르면 키프로스는 비교적 쉬운 이민 절차와 낮은 세금, 외자 유치 노력, 온화한 기후 등으로 오랫동안 러시아 기업과 개인이 즐겨 찾는 곳이었다.
전쟁 이후에는 정보기술(IT) 전문가 중심의 고학력자가 키프로스로 대거 몰렸다. 현지의 러시아 커뮤니티 운영자는 WP에 2월 개전 이후 최대 5만명이 키프로스로 이주했으며, 대부분은 러시아인이라고 소개했다.
갑작스러운 이주민 증가로 키프로스 부동산 시장 등이 호황을 맞았고, 지난달 동원령 이후 도착한 러시아인은 기존의 자국민 집단 거주지가 아닌 다른 곳에 정착해야 할 정도라고 신문은 보도했다.
그러면서 WP는 “일부 러시아 이민자들은 키프로스에 머무를 준비가 되었다고 말하지만 다른 일부는 이 섬을 유럽이나 미국으로 이사하기 전 임시 거점으로 보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이들이 탈출하면서 가져온 기술이나 본인의 기술력을 러시아로 되돌릴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이민만 늘어난 건 아니다. 키프로스 내무부에 따르면 전쟁 이후 최소 1만6000명의 우크라이나인 난민이 유입됐다. WP는 전쟁 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이주민이 문제없이 공존했지만 현재는 이들 사이에 긴장이 조성됐고, 지역 언론은 학교에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어린이 사이에 말싸움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