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과 ‘김용 의혹’ 연결고리 찾기… 대선자금 수사 20년 만에 재등장

檢, ‘李캠프’ 수사로 전방위 압박 나설 듯

남욱·정민용·유동규 자금 전달자 파악
정 “2021년 4월 유원홀딩스서 김용 봤다”
진술 외 주차장 출입기록 등 물증 확보
檢, 金에 8억 사용처 추궁… 金, 진술 거부

金, 돈 수수 당시 대선 캠프 본부장 맡아
5억 받은 때 ‘성공포럼’ 발족 시기 겹쳐
주요 피의자 혐의 부인… 증거 확보 주력
檢, 정진상 ‘대장동 뒷돈’ 등 의혹도 수사

南, 11월 구속기한 만료로 출소 예정
이재명 대표 겨냥한 공세 전환 나설 듯
28일 대장동 재판서 李 책임 거론 주목

2002년 한나라당 ‘차떼기’로 823억 모아
대선 승리 민주당도 113억 모금 밝혀져
대선 후보 입건 않고 측근들 처벌로 종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불법 대선 자금 수수’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불법 자금과 이 대표의 연결고리를 찾는 데 집중하고 있다. 김 부원장 등 관련자들이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라서 불법 자금 거래 당시 상황과 용처 수사의 성공 여부가 관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019년 12월 '김용의 북콘서트'에서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전 경기도 대변인·왼쪽)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전 경기지사)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용 부원장 블로그

◆관련자 진술 일치·물증 확보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검사 강백신)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김 부원장을 연일 불러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으로부터 전달받은 8억4700만원의 사용처를 캐묻고 있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과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 정민용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투자사업팀장 등이 불법 정치자금 전달에 직접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천화동인 4호 관계자인 이모씨가 남 변호사 지시로 정 전 팀장에게 지난해 4∼8월 수차례에 걸쳐 자금을 전달했고, 이 돈이 유 전 본부장을 거쳐 김 부원장에게 전달됐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비리 의혹을 수사하던 검찰은 유 전 본부장 등 대장동 민간 개발업자들로부터 대선자금 수사의 단초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 전 본부장은 지난해 2월 김 부원장으로부터 20억원을 요구받았다고 말했고, 남 변호사와 돈 전달에 관여한 다른 이들도 유사한 진술을 했다고 한다. 돈 전달 장소로 지목된 유원홀딩스에서 지난해 4월 김 부원장을 목격했다는 정 전 팀장의 진술도 나왔다. 유원홀딩스는 유 전 본부장과 정 전 팀장이 운영한 비료업체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이 돈을 건넸다고 지목한 시기를 특정해 남 변호사 측근 이씨가 정 전 팀장 아파트에 출입한 내역, 주차장 출입기록 등도 확보했다.

 

◆최종 용처·이재명 관여 여부가 핵심

 

검찰 수사의 핵심은 불법 자금의 사용처와 이 대표가 얼마나 관여했는지 여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검찰은 김 부원장의 자금 수수 시기가 민주당 대선 예비경선 시기와 겹치고, 그가 이 대표 대선 캠프 총괄부본부장을 지낸 점에 비춰 이 돈이 직간접적으로 대선자금으로 쓰였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5억원이 건네진 지난해 5월은 이 대표를 지지하는 국회의원 모임인 ‘성공포럼’이 발족한 시기와 겹친다.

검찰은 정진상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에게도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민간사업자들의 뒷돈이 건너갔다는 진술의 진위를 확인하고 있다. 유 전 본부장과 남 변호사가 2014년 성남시장 선거를 앞두고 정 실장에게 5000만원, 김 부원장에게 1억원을 건넸다는 내용의 진술이다.

 

이렇게 건네받은 돈은 김 부원장이 2015년과 2017년 각각 서울 아파트를 갭투자 방식으로 구매했을 때 쓰였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김 부원장 측은 “부인이 대기업 10년차 부장으로 30년 가까이 근무해 연봉이 1억 이상”이라며 “부인의 생활비 관리 통장에서 모두 정상적으로 지급됐다”고 해명했다.

 

이처럼 주요 피의자들이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어 검찰은 구체적인 증거를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검찰이) 없는 죄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반발한 김 부원장은 구속 후 검찰 조사에서 진술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실장도 “일고의 가치도 없는 허구 그 자체”라고 부인하고 있다.

 

법원이 김 부원장에 대해 체포영장에 이어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은 범죄 혐의가 상당 부분 소명됐기 때문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이재명 대표 최측근의 진술이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이 대표의) 직접 연관성 찾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체포와 구속영장에 대선자금을 명기한 것은 관련자 진술만 아니라 혐의를 입증할 만한 다른 증거를 찾았기 때문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동규 이어 남욱, 폭로전 가세할까

 

‘대장동 개발 특혜·비리 의혹’ 재판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겨냥한 ‘폭로전’ 현장으로 뒤바뀌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은 출소 후 언론 인터뷰에서 이 대표의 ‘불법 대선자금 의혹’을 폭로한 데 이어 재판에서도 이 대표를 향한 공세에 나섰다. 유 전 본부장이 추가 폭로를 예고한 데 이어, 다음 달 출소가 예정된 남욱 변호사 역시 폭로전에 가세할 거란 관측이 나온다.

 

25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이준철)는 오는 28일 유 전 본부장과 남 변호사 등 ‘대장동 일당’의 배임 혐의 등에 대한 공판기일을 열고 정영학 회계사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한다. 지난 24일 유 전 본부장에 이어 이번엔 남 변호사 측이 정 회계사를 신문할 예정이다.

 

남 변호사 역시 대장동 개발사업과 관련해 이 대표의 책임 소재를 추궁하는 방식의 변론 전략을 택할지 주목된다. 지난 24일 재판에서 유 전 본부장 측은 정 회계사에게 “이재명 시장이 ‘공원화(제1공단 근린공원)만 하면 다른 것은 다 알아서 해, 마음대로 하라’고 했다는 것을 남욱으로부터 전해 듣지 않았느냐”며 ‘당시 실질적 결정권자가 성남시장이 아니었는지’를 추궁했다.

 

남 변호사는 다음 달 구속기한 만료로 출소가 예정돼 있다.

 

법조계에서는 그 역시 출소와 동시에 언론을 통한 폭로전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남 변호사 역시 ‘불법 대선자금 의혹’의 핵심 인물이다.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에게 전달했다는 8억4700만원의 비자금 조성에 직접 관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 전 본부장은 이미 “천천히 말려 죽일 것”이라며 이 대표를 향한 추가 폭로를 예고한 상황이다.

 

검찰은 수사중 25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모습. 검찰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불법 대선자금 수수’ 혐의로 구속해 대선자금 수사가 본격화하자 여야가 충돌하고 있다. 연합뉴스

◆檢, 대선자금 수사 20년 만에 재등장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 사건이 검찰 수사 1년여 만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불법 대선자금 수수 의혹으로 번지면서 역대 대선자금 수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이 대선자금 수사에 나선 것은 2002년 이른바 한나라당 ‘차떼기 사건’ 이후 20년 만이다. 문민정부 이후 불법 대선자금 수수 의혹으로 당사자가 기소되거나 처벌받은 전례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검사 강백신)는 최근 구속된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으로부터 수수한 8억4700만원이 이재명 대표의 대선자금으로 흘러갔을 가능성 등 해당 자금의 용처와 최종 종착지를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검찰이 불법 대선자금 의혹 수사에 나선 것은 2002년 대선이 대표적이다. 당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2003년부터 이듬해까지 2002년 대선에서 오간 불법 정치자금 의혹을 대대적으로 수사했다. 수사 결과 이회창 후보가 속했던 한나라당이 주요 대기업에서 823억원의 불법 자금을 모금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한나라당은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두 차례 50억원이 담긴 스타렉스 승용차를 통째로 넘겨받는 수법으로 100억원을 챙긴 사실이 알려져 ‘차떼기 정당’이라는 오명을 얻었다.

 

당시 대선에서 승리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민주당도 113억원의 불법 대선자금을 모은 사실이 수사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노 전 대통령 측근인 안희정·이광재·여택수·최도술씨 등이 잇따라 구속되거나 재판에 넘겨졌다. 이회창 후보 측 최돈웅·신경식·이흥주·김영일·서정우씨 등도 기소돼 사법처리됐다. 다만 불법 대선자금 수혜를 본 당사자인 두 후보는 입건되지 않은 채 측근들 선에서 수사는 마무리됐고, 이마저도 관련자 대부분이 특별사면 등을 통해 풀려났다.

 

직접적인 대선자금은 아니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은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처벌을 받았다. 검찰은 2017∼2018년 이 전 대통령이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에서 회삿돈을 빼돌린 의혹을 수사하다가 이 전 대통령이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사실을 인지했다. 2007년부터 취임 후인 2008년 4월까지 김소남 전 의원에게서 4억원을 수수한 것이다. 검찰은 이 4억원이 김 전 의원을 한나라당 비례대표 7번으로 추천해 당선되게 해주는 대가로 보고 기소했고, 법원은 이 전 대통령이 수수한 돈을 불법 정치자금으로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