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위기에 안전망 구축 나서야 하는 서민금융 [더 나은 세계, SDGs]

서민금융진흥원 홈페이지 캡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 사태 여파로 시작된 세계 경제의 침체와 그 이후에 이어진 인플레이션으로 최근 국내외 실물경기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시장에 투입한 대규모 자금, 그리고 ‘탄소 중립’이라는 지상과제를 위해 연이어 발표된 각국의 ‘그린’ 정책, 예기치 못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가상화폐 가치 폭락과 부동산 ‘거품’까지 일련의 글로벌 경제위기 요인이 연달아 발생하면서 세계 곳곳에서 경기 침체와 둔화가 상당 기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020년 3월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고자 시장 활성화와 고용 확산을 위해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양적완화(QE) 정책을 시작한 이래 미국과 EU의 강력한 그린 뉴딜 정책 등이 공급망 위기와 더불어 원자재와 석유, 석탄 등 에너지 가격의 급상승을 촉발했다. 러-우크라 전쟁으로 식량 및 에너지 대란이 퍼진 데다 반도체 대란과 각국의 기술 및 지역 안보 패권 등까지 맞물리면서 현재 전 세계 자본시장과 주요 산업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또 한때 지속됐던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정책은 결국 지난해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을 최고치에 이르게 했다. 인플레이션 발발에 부딪힌 미 연준의 ‘자이언트 스텝’, 유럽중앙은행(ECB)의 기준금리인 레피(Refi)를 비롯한 호주중앙은행(RBA), 캐나다중앙은행(BoC), 한국은행 등 각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전 세계 통화 당국은 급격하게 긴축정책으로 회귀했다.

 

이 같은 글로벌 금융위기에 국내 산업계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에는 레고랜드 채무 불이행으로 인한 금융시장 경색 등 예기치 못한 변수도 등장해 기업 채권시장과 자본시장에도 한파가 불어닥쳤다. 가계와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위기는 더 심각하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상으로 2020년 9월부터 올해 2분기까지 지급됐거나 지급 중인 코로나 지원금과 보상금이 총 60조3000억원인데, 이러한 대규모 지원에도 자영업자의 대출 잔액은 코로나19 사태 이전보다 300조원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9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새희망자금 2조8000억원 ▲버팀목자금 4조2000억원 ▲버팀목자금플러스 4조8000억원 ▲희망회복자금 4조2000억원 등 네차례에 걸쳐 모두 16조원의 재난 지원금이 지급됐고,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두차례에 걸쳐 1인당 100만원씩 3조5000억원, 2차는 300만원씩 10조7000억원 등 14조2000억원을 지급했다. 또한 손실 보전금을 1인당 600만~1000만원씩 모두 22조6000억원을 지급하고, 지난 4월 영업시간 제한 등에 대한 손실 보상금 8900억원까지 더해 총액은 60조3000억원에 이른다.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한은에서 받은 자료에 의하면 정부의 대규모 지원에도 올해 6월 말 기준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대출 잔액은 994조2000억원으로 코로나19 사태 전인 2019년 말 684조9000억원보다 309조3000억원 늘었다.

 

이뿐 아니라 청년층의 대출도 간과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불어나고 있다. 민병덕 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며 지난해 여신을 이용한 청년 차주는 20대 14만명, 30대 33만명 등 모두 47만699명으로 나타났으며, 카드·캐피털사 등 제2금융권에서 대출받은 돈이 작년만 총 4조623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9년(2조4154억원) 비해 2배가량 증가한 수치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정부는 서민층·소상공인·자영업자·청년층 등 취약계층을 위한 포용금융 시스템 구축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난 4일에는 최대 30조원 규모의 맞춤형 채무조정 프로그램인 ‘새출발기금’을 출범시켰으며, 내년 6월부터는 청년도약계좌 등을 준비할 것으로 알려졌다.

 

손실 보상금과 지원금 등 단순 자금 지원보다 금융 취약계층이 제도적으로 금융 안정권에 들어오게 하는 역할이 더 중요하다. 이른바 금융과 비금융을 함께 지원하는 방안이다. 지난 8월 중소기업부가 발표한 ‘기업가형 소상공인 육성’, ‘소기업·소상공인공제가입(노란우산 공제) 확대’ 같은 제도가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보다 체계적인 경영 시스템을 갖출 수 있도록 컨설팅을 제공하고, ‘스마트’ 상점과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시스템 보급 등도 돕는 등 단순한 금융 지원에서 한발 더 나간 정책이다.

 

기존 취약계층 대출 시스템에 대한 보완도 필요하다. 현재 저신용·저소득자 대출상품인 ‘근로자햇살론’, ‘햇살론15’, ‘안전망대출Ⅱ’ 등의 상품이 거치 기간 없이 운용돼 일각에선 다시 대출의 늪으로 빠지게 하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는 사실은 서민금융 정책의 뼈아픈 실책이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6월 민생 현안 점검을 위해 찾은 중앙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서 “자영업자, 소상공인, 서민 등 어려운 계층에 대한 채무조정과 금융 지원이 중요하다”며 “이분들을 도와드리는 것이 우리 사회의 선별적 금융 복지이자 금융안전망”이라고 강조했다.

 

매섭게 몰아치는 글로벌 위기에 정부의 서민금융 정책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특히 서민과 취약계층을 위한 촘촘한 금융 안전망 구축은 정부의 가장 핵심적인 역할 중 하나다. 금융 리스크 확산을 방지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로 가기 위한 성장과 균형에 필수적인 사다리이기 때문이다.

 

김정훈 UN SDGs 협회 사무대표 unsdgs@gmail.com

 

*UN SDGs 협회는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특별 협의 지위 기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