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혼은 혼인신고라는 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당사자 일방은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 무관하게, 상대방의 의사와 상관없이 언제든지 해소할 수 있습니다. 사실혼의 일방 당사자가 숨져도 그 관계는 당연히 해소됩니다(다만 지난 칼럼에서 설명해 드린 대로 생존한 다른 일방은 상속인이 아니므로 상속권은 인정되지 않습니다).
이와 달리 법률혼 아래에서는 살아있는 동안에는 이혼절차를 거쳐야만 부부관계를 해소할 수 있습니다.
일방의 의사에 따라 자유롭게 사실혼을 해소할 수 있다고 해서 그에 따른 법적 문제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닙니다.
먼저 일방적 사실혼 해소 시 상대방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의 문제가 발생합니다. 정당한 사유 없이 일방적으로 사실혼을 해소한 쪽은 그 상대방에게 그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합니다. 사실혼의 부당한 파기 또는 해소에 가담한 제3자도 위자료를 지급해야 합니다.
일례로 판례는 사실혼 배우자가 부정행위를 한 사안(대법원 1967. 1. 24. 선고 66므 39 판결)과 사실혼 배우자가 악의로 다른 일방을 유기한 사안(대법원 1998. 8. 21. 선고 97므544, 551 판결)에서 사실혼 파기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둘째, 사실혼 해소에 따른 재산분할 청구의 문제가 있습니다.
사실혼 관계 해소 시에도 법률혼과 마찬가지로 재산을 분할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사실혼 기간 중 부부가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은 그 명의와 상관없이 분할 대상이 되며, 공동재산의 취득과 유지에 대한 각자의 기여도에 따라 분할의 비율이 결정됩니다. 물론 사실혼을 일방적으로 부당하게 파기한 당사자 본인도 재산분할 청구를 할 수 있습니다.
셋째, 사실혼 해소 후 자녀의 양육 문제도 중요합니다.
사실혼 부부 사이에 출생한 자녀는 ‘혼인외의 출생자’가 됩니다. 다만 부친이 자녀를 인지했다면 자녀에 대한 친권과 양육권을 부부가 공동으로 행사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이 상태에서 사실혼 관계가 해소됐을 때는 부부가 합의해서 자녀의 친권, 양육권자 및 양육에 관한 사항을 정하고, 합의가 되지 않으면 민법 제837조를 준용하여 법원에 그 지정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인지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실혼이 해소됐다면 혼인외 출생자의 생모가 생부를 상대로 곧바로 양육자 지정 또는 자녀의 양육에 관한 사항(대표적으로 양육비 지급)을 정하여 달라는 청구를 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청구를 하기 위해서는 자녀 등이 생부를 상대로 먼저 인지청구 소송을 하여 친자관계가 확인되어야 합니다.
이경진 변호사의 Tip
법무법인 바른 이경진 변호사 kyungjin.lee@barunla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