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發 ‘금융 쇼크’ 와중 내년 1∼3월 휴장 예고한 레고랜드.. “자금시장 혼란과 무관”

자금시장 혼란에 휴장까지…바람 잘 날 없는 춘천 레고랜드
연합뉴스

 

강원도 춘천에서 운영 중인 '레고랜드 코리아 리조트'(이하 레고랜드)가 내년 1월부터 약 3개월간 임시 휴장에 들어가기로 해 지역사회에 적잖은 파장이 일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동절기인 11∼12월 평일(화∼목요일)에 문을 닫고, 내년 1월부터 3월 23일까지 전면 휴장에 들어가기로 한 것이다.

 

강원도와 춘천시 등은 세계 10번째이자 국내 첫 글로벌 테마파크인 레고랜드에 연간 약 200만 명이 찾아 생산 유발효과가 연간 5천9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는 등 경제적 파급효과 기대치가 높았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미흡한 일자리 창출과 불공정 계약 논란, 문화재 보존 문제가 여전한데다 6개월여간 운영을 통해 드러난 비싼 주차장 이용료 관련 불만, 5차례나 발생한 놀이기구 멈춤사고 등이 발생하면서 불안감과 각종 논란이 확산했다.

 

특히 막상 문을 연 레고랜드의 입장객 수가 현재까지 70만명 수준으로 추산해 기대했던 경제효과가 미미하다는 평가가 이어지는 상황이어서 이번 휴장 조치가 돌파구를 모색하던 지역사회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레고랜드는 북한강 지류 의암호 한가운데 섬인 하중도의 전체 면적 91만6천900여㎡ 가운데 축구장(국제규격 7천140㎡) 39개 규모인 28만여㎡에 들어섰다.

 

1968년 덴마크 빌룬드를 시작으로 영국 윈저, 독일 군츠부르크, 미국 캘리포니아와 플로리다, 말레이시아 조호바루,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일본 나고야, 미국 뉴욕에 이어 세계 10번째다.

 

영국 멀린 엔터테인먼트사가 운영하는 레고랜드는 만 2세에서 12세까지의 어린이와 가족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레고 브릭으로 지어진 40여 개의 놀이기구와 7개의 클러스터(구역)로 조성했다.

 

테마파크에는 레고를 테마로 한 154실 호텔도 만들어졌다.

 

하지만, 레고랜드가 개장하기까지 각종 논란에 휩싸여 기공식만 3차례 열렸고, 개장 시기는 7차례나 연기돼 정식으로 문을 열기까지 11년이 걸렸다.

 

청동기시대 유물 발굴과 시행사의 자금 부족 등으로 7년간 사업이 지연되다 2018년 말 영국 멀린사 2천200억원, 당시 엘엘개발(현 강원중도개발공사) 800억원 등 3천억원을 투자하고, 멀린사가 직접 개발하는 방식으로 총괄개발협약(MDA)이 체결돼 본궤도에 올랐다.

 

하지만 강원도와 강원중도개발공사(GJC)가 지분 명목으로 3%의 임대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불공정 계약 논란이 일었고, 레고랜드 직원 1천여명 중 80%가량이 비정규직이어서 일자리 창출에 대한 실망감이 커졌다.

 

도유지를 100년간 무상 임대하고 혈세를 투입하는 것에 대한 반대 목소리와 공사과정에서 나온 출토 유물 보존을 놓고 천막농성을 벌이는 시민단체 반발에도 불구하고 강원도는 우여곡절 끝에 테마파크를 완공, 지난 3월 26일 준공식을 열었다.

 

춘천을 어린이 수도로 선포하고 한 달간 임시 운영한 데 이어 지난 5월 5일 어린이날에 맞춰 정식으로 문을 열었다.

 

준공전 각종 논란을 해소하지 못한 상태에서 개장한 이후에도 이용객 불편과 불만이 이어졌다.

 

개장 이후 놀이기구가 5차례나 멈추는 사고가 발생해 불안감이 이어졌고, 연간이용권을 팔고서 휴장을 제대로 알리지 않거나 볼거리, 즐길 거리가 부족하다는 지적 등이 잇따랐다.

 

개장 초기 성수기 호텔 숙박료가 4인 기준 1박에 100만원 넘어서고, 날짜에 따라 다르지만, 하루 입장권이 5만∼6만원(성인 기준)을 내는 '귀족 테마파크'라는 오명을 받기도 했다.

 

주차요금도 1시간은 무료이나 경차와 장애인 차 등에 주어지는 감면 혜택 없이 하루 요금 기준으로 무조건 1만8천원을 부과해 불만이 쏟아지자 개장 2개월이 지나서야 시간제로 변경해 요금을 낮추었다.

 

정작 주차하더라도 레고랜드 정문까지 500m 이상 걸어가야 하는 불편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다시는 안가겠다'는 내용의 글이 이어졌다.

 

값비싼 주차장을 피해 테마파크 주변에 불법 주정차가 극성을 부렸지만, 강원중도개발공사와 네 탓 공방을 벌였고, 까다로운 환불 규정에 대해 한국소비자원이 이용약관 개정을 권고하기도 했다.

 

잇따른 이용객 불만에 세계적인 테마파크 브랜드의 신뢰성까지 구설에 올랐지만, 지역사회는 레고랜드와 연계해 이뤄질 하중도 일대 컨벤션센터와 판매시설 등의 개발에 대한 희망의 끈은 아직 놓지 않고 있다.

 

춘천시 관계자는 "레고랜드와 함께 삼악산 케이블카 등과 연계한 관광시설 보강을 비롯해 주변 부지에 대한 인프라 확충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원도와 춘천시는 애초 경제적 효과 5천900억원, 직간접 고용 효과 8천900여명에 지방 세수는 연간 44억원에 달할 것으로 기대했다.

 

도와 시는 관광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에 대비, 레고랜드 주변 의암호 일대 관광시설을 확충하는 청사진을 그렸다.

 

도심을 순환하는 관광 트램 등 관광콘텐츠 개발에 나섰고 개장을 앞두고 도심 교통 혼잡에 대비해 신호체계를 바꾸었으며, 주변에 유람선을 띄우는 방안까지 추진했다.

 

또 부지 주변에 4천여 대 규모 주차장을 새로 만들었으며, 춘천대교 건너편 서면을 연결하는 교량 건설을 추진 중이다.

 

당시 레고랜드 방문객 수가 평일 3천800명, 주말 2만여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레고랜드가 문을 열었으나 상황은 예상과 전혀 달랐다.

 

개장일인 5월 5일 방문객이 1km 넘게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리던 모습은 이후 더는 찾아볼 수 없었다.

 

레고랜드 주차장은 주말에도 주차공간이 많았고, 교통량 해소를 위해 확장공사를 벌였던 춘천대교 주변 신호대기 차로는 한산했다.

 

방문객이 기대치를 밑돌다 보니 교통 대책으로 추진하는 유람선 운항이나 서면 대교 건설 계획도 요원한 분위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역사회는 지역 경기 부양 효과가 미미하다는 게 전반적인 평가다.

 

닭갈비·막국수 고장으로 알려진 춘천에 방문객 증가에 따른 도시성장, 토지이용 등 도시개발 측면을 비롯해 문화·관광산업에서 폭넓은 개장 효과 관련 기대감은 실망감으로 바뀐 지 오래다.

 

주변 상인 권모(54)씨는 "레고랜드로 인해 관광객 수가 늘어 특수를 기대했지만, 예전과 달라진 것이 거의 없다"며 "야간에 운영하지 않는 등 체류 관광객이 없는 레고랜드 운영상 문제도 있지만, 주변에 기반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행정당국의 무책임도 한몫을 했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레고랜드 방문객은 최근 평일에 3천∼4천명, 주말 1만명 안팎 수준으로 관련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약 13만여명이 찾은 개장 첫 달에 비해 무더위와 잦은 비가 내렸던 여름철 입장객 수가 줄거나 주춤했다가 가을을 맞은 이달에 14만명이 넘게 찾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개장 이후 6개월간 찾은 관광객은 대략 7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레고랜드 처지에서는 휴장하는 내년 1월부터 3개월을 제외하더라도 내년 5월까지 연간 100만명에서 150만명을 예측해 성공도, 실패도 아닌 운영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강원도와 춘천시는 비상이 걸렸다.

 

강원도 관계자는 "협약에 따라 연간 200만명이 찾아야 2억원 가량의 이익을 얻는 구조인데, 3개월 가까이 문을 닫으면 더 큰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레고랜드는 휴장과 관련 동절기 시설 유지관리를 위한 것으로 금융시장 경색 상황과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불거진 GJC에 대한 회생 신청 추진과 전혀 별개의 사안이라며 진화에 적극적이다.

 

그러면서 레고랜드는 이번 휴장으로 피해를 예상하는 연간이용권 구매자에 대해 코엑스 아쿠아리움 입장료 50% 할인과 휴장하는 동안 연간이용권을 90일 연장하는 조처를 했다.

 

하지만, 일부 연간이용권 소비자들은 주말과 휴일에 이용 제한이 많아 사실상 제대로 이용을 못 했고, 개장을 기념해 한정판으로 발매했던 '퍼스트 투 플레이' 연간이용권도 구매 당시 휴장 일에 대한 안내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게다가 휴장 내용도 홈페이지에서 한참을 찾아서야 해당 제한일을 알 수가 있다는 게 이용자들의 불만이다.

 

또 레고랜드 내 운영 중인 호텔은 정상적으로 운영해 돈벌이에만 급급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불만을 가중한다.

 

레고랜드는 전 세계 독일과 덴마크, 미국 뉴욕 등에서 운영하는 테마파크도 일부 같은 조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주변 기반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상황에서 부작용만 부각되고 있다는 반론도 나와 '온도 차'도 있다.

 

그동안 레고랜드가 지역 생산 농산물 공급체계 업무협약이나 지역아동센터 아동을 초청하는 등 상생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는 것이다.

 

실제로 레고랜드 테마파크 부지 외에 주변 상가 및 판매시설, 컨벤션센터 등 민간 투자는 아직 이뤄지지 않아 허허벌판이다.

 

애초 레고랜드 건설 조건으로 강원도가 박물관이나 유적공원을 만들어 출토 유물을 보존하겠다고 했지만, 아직 약속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레고랜드는 조성사업 추진 당시 유물전시관 건립 등을 전제로 조건부 허가를 받은 사업이지만, 200억원이 넘는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미뤄지고 있다.

 

주변 부지 개발이 안 되고 레고랜드만 개장하는 현 상황에 코로나19 여파가 적지 않게 미쳐 기대한 지역경제 활성화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최근 강원도가 레고랜드 주변 기반시설을 맡은 GJC에 대한 회생 신청 계획을 발표하면서 국내 채권시장을 뒤흔드는 혼란으로 번졌다.

 

강원도가 예산 편성을 통해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상환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을 마련해 진화에 나섰지만, 불신은 이미 커졌고, 이 여파로 레고랜드 운영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쏟아졌다.

 

레고랜드 관계자는 "채무불이행 사태 등과는 전혀 별개로 전 세계에서 운영하는 테마파크 가운데 일부 시스템에 따라 동절기 시설 유지관리를 위해 임시 휴장에 들어간 것"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