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치 않은 7차 유행 조짐… 어떤 백신 맞아야 하나 [이슈+]

11월 재유행 전망…변이 급속 확산 없이 실내활동·이동량 증가 영향
방역당국 “젊은 연령층, 취약계층 전파 막기 위해 개량백신 접종 필요”
27일부터 18∼59세도 코로나 개량백신 사전예약…3가지 중 하나 선택
모더나 백신 1종은 27일부터 당일접종 가능…예약접종은 11월7일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반등세로 전환된 가운데 정부가 26일 개량백신의 종류와 접종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의 동절기 추가 접종 계획을 발표했다. 추가된 백신에는 한참 유행 중인 BA.5 변이를 기반으로 개발된 것도 포함돼 확산 추이를 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접종 피로도가 높아진데다, 과거의 백신패스 같은 강제책도 없어진 상황이어서 접종률이 크게오르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7일 종로구의 한 이비인후과에 코로나 백신 종류 안내문이 써붙어 있다. 이날부터 18~59세 연령층도 오미크론 변이에 대응할 수 있는 개량백신(2가 백신) 접종을 사전 예약할 수 있다. 연합뉴스

◆예상보다 가파른 유행세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26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4만842명이었다. 전날(4천3759명)보다 3000명 가까이 줄었지만 이틀째 4만명대를 기록했다.

 

지난 24일 정기석 코로나19 특별대응단장 겸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장이 “주간 일평균 2만명선이 이어지다가 갑자기 증가 추세가 보이면 그때 비로소 재유행이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는데, 그런 조짐이 보이는 것이다. 이날 위중증 환자수는 전날보다 17명 늘어난 242명으로 한동안 줄었던 감소세가 멈춘 모습이다.

 

새로 다가오는 7차 유행과 관련해 정재훈 가천대 의대 교수는 지난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다음 달(11월)부터 본격적으로 재유행이 시작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신상엽 KMI 한국의학연구소 수석상임연구위원도 최근 “7차 대유행이 11월부터 시작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최근의 유행 확산세는 새로운 변이의 확산이 눈에 띄지 않는 가운데 나타나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방대본의 지난주(16∼22일·10월3주) 국내 오미크론 세부계통 검출률 분석 자료를 보면 BF.7과 BQ.1.1 변이의 비중이 직전 주에 비해 각각 0.9%P, 2.1%P 상승한 2.7%, 2.5%를 기록했지만, 확산 속도가 가파르지는 않다.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은 “유행 감소세의 정체기를 지나서 확진자의 증가 추세를 보인다”며 “이번 증가세는 특정한 변이 우세화와 일치가 되지는 않고 겨울철 실내 생활과 인구 이동의 증가 등과 연관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3만4천987명 발생한 27일 오후 서울역 임시선별검사소에서 피검자들이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대상 넓히고 선택지 늘어난 개량백신

 

방역 당국은 7차 유행의 규모를 줄이는데 백신의 역할이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내마스크나 확진자 격리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사회적 거리두기조치가 해제된 상황에서 백신이 유행 규모를 줄이는 사실상 유일한 ‘무기’이기 때문이다. 개량백신(2가 백신)은 특히 오미크론 변이를 기반으로 개발된 만큼 기존 백신보다 효과가 크다는 게 방역 당국의 설명이다.

 

방대본은 이날 개량백신 접종 대상을 감염취약계층에서 18세 이상 모든 성인으로 확대하고, 접종 가능한 개량 백신에 기존의 BA.1 기반 모더나 백신 외에 BA.1와 BA.4/BA.5를 기반으로 개발된 화이자 백신 2종을 추가한다고 밝혔다. 추가된 개량백신 중 특히 BA.4/BA.5 기반 화이자 백신은 전임상 실험에서 BA.4,BA.5에 대한 중화능(감염예방능력)이 코로나19 바이러스 초기주를 기반으로 개발된 기존 백신보다 2.6배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날 발표된 새로운 백신 전략에 따라 그동안 잔여백신에 한해 접종이 제한적으로 가능했던 60세 미만 연령대도 예약과 당일 접종으로 백신을 맞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백신패스 같은 강제책이 없는 데다 반복되는 접종에 따른 피로감이 쌓여가는 상황이어서 접종률이 높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예상이 많다.

 

실제 60세 이상의 경우 동절기 접종 시작 이후 보름간 인구 대비 4.6%만 접종을 했다. 전체 연령대 인구 대비 동절기 추가 접종자는 1.5%에 그치는 수준이다. 정기석 위원장은 최근 브리핑에서 “개량백신 참여율이 (7차 유행의) 시점과 규모에 변수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안 맞아도 된다. 별것이 아니다’는 인식이 많아서 우려스럽다”고 말한 바 있다.

동절기 코로나19 추가접종 사전예약이 전체 성인을 대상으로 시행된 27일 오전 서울 강서구 서울부민병원을 찾은 시민들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받고 있다. 뉴시스

백 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젊은 성인의 경우 중증이 돼서 입원하는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어 (접종에) 망설임이 더 많을 수 있다”며 “하지만 지금 접종을 한다면 감염을 예방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가족 내 감염취약계층이 있는 경우나 3차 접종 이후 한번도 감염이 되지 않은 분들은 동절기 접종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방역 당국은 적극적인 홍보와 함께 접종 편의를 높이며 동절기 추가 접종을 적극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접종 편의를 위해 화이자 BA.1 기반 2가백신 접종 위탁의료기관 1만409곳, BA.4와 BA.5 기반 2가백신 접종 기관 1만616곳을 지정했으며, 이후 더 확대할 계획이다.

 

◆27일부터 18∼59세 코로나 개량백신 사전예약

 

27일부터 18∼59세 연령층도 오미크론 변이에 대응할 수 있는 개량백신(2가 백신) 접종을 사전 예약할 수 있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이날부터 동절기 코로나19 백신 추가접종 대상을 기존의 건강취약계층(60세 이상·면역저하자·감염취약시설 입소·종사자)에서 18세이상 모든 성인 기초접종(1·2차) 이상 완료자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예약할 때는 3가지 백신 중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한다. 오미크론 초기 변이인 BA.1을 활용해 만든 모더나의 2가 백신, 역시 BA.1 변이에 기반한 화이자 2가 백신, 그리고 BA.4와 BA.5 변이를 활용한 화이자 2가 백신 등 3종으로, 모두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이다.

 

추진단은 3가지 백신 중 권고 우선순위를 두지는 않았다. 반면 미국은 올 하반기 BA.4나 BA.5 변이가 우세할 것으로 전망하며 BA.4/5 기반 백신을 권고하고 있다. 백 청장은 BA.1 기반 백신과 BA.4/5 기반 백신의 효과를 직접 비교한 자료는 아직 부족하다며 “현재 접종 가능한 백신을 가장 조기에 맞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7일 종로구의 한 이비인후과에 코로나 개량백신(2가 백신) 안내문이 써붙어 있다. 연합뉴스

백신별 허가·도입·배송 일정이 다르기 때문에 선택한 백신에 따라 실제 접종 날짜도 달라진다. 모더나 BA.1 백신은 당장 이날부터 사전예약 없이도 당일접종이 가능하다. 사전예약자를 대상으로 하는 예약접종은 다음 달 7일부터다. 화이자 BA.1 백신은 다음 달 7일부터 당일접종과 예약접종이 가능하고, 화이자 BA.4/5 백신은 다음 달 14일부터 당일접종과 예약접종을 받을 수 있다.

 

접종 대상이 전체 성인으로 확대되기는 했지만, 방역당국의 접종 권고 수준은 연령대별로 다르다. 60세 이상과 요양병원·시설 등 감염취약시설 입소·종사자, 면역저하자 등 1순위 접종 대상과 50대, 기저질환자, 보건의료인 등 2순위 접종 대상에게는 동절기 추가접종을 ‘권고’한다. 3순위 대상인 18∼49세 성인과 2순위 중 군·입영장병, 교정시설 등 집단시설 입소·종사자는 접종을 ‘허용’한다. 접종은 마지막 접종일이나 확진일에서 4개월(120일)이 지났다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