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FC 후원금 의혹’이 진앙… ‘정치 바람’에 좌불안석
민선 8기 도·시민구단들이 ‘정치 바람’을 타고 있다. 프로축구 39년 역사상 초유의 사태를 몰고 온 발화점은 정치권이 터뜨리고 사정 당국이 키운 ‘성남FC 후원금 의혹’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던 구단들의 운영난에 기름을 부은 셈이다.
입지가 불안하기는 대구FC도 마찬가지다. 홍준표 대구시장의 부정적 시선 탓이다. 홍 시장은 지난 지방선거 당시 “시민구단은 재정이 열악해 전부 기업구단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경남도지사 시절 구단주였던 경남FC가 2부리그로 강등되자 구단 해체를 거론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당시 그는 연간 130억원 넘는 예산 마련을 놓고 고충을 토로한 바 있다.
이 같은 우려는 대구시가 민선 8기 첫 추경안에 대구FC 운영비 23억원을 편성하며 한고비를 넘겼다.
구단주인 지자체장이 너무 우호적이어도 구단들은 역풍을 만날까 좌불안석이다. 2부리그인 K리그2에서 뛰는 FC안양은 구단주인 최대호 안양시장의 지원사격으로 1부리그 승격을 엿보는 등 순풍을 타고 있다. 올해 3선에 성공한 최 시장은 2010년 FC안양 창단의 주역이다. 김포FC도 올해부터 K리그2에 합류했다. 2013년 출범해 지난해 세미프로인 K리그3를 졸업했는데, 김병수 김포시장이 숨은 공로자로 평가받는다. 여기에 충북 청주시를 연고로 둔 청주FC와 충남 천안시를 연고로 하는 천안FC도 내년부터 K리그2 참가를 승인받아 프로구단 출범을 앞두고 있다.
한 축구 관계자는 “지자체장이 팀 운영에 깊이 관여하거나 공적으로 삼을 경우, 바뀐 지자체장이나 반대 정치 세력의 표적이 될 수 있다”며 “축구단은 거시적 관점에서 팬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 생존 위한 혈투… “프로 정신 갖고 경기력·이슈 만들어야”
정문현 충남대 교수(스포츠과학)는 “국내 지자체구단은 정치적 배경에서 태어나 선거 결과에 따라 존폐 위기에 처하며 반자본주의 논리에 빠진 경우가 많다. 예산이 시·도 의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승리 수당도 챙겨주지 못할 정도”라며 “팀이 많다 보니 기업들이 떠안기도 벅찬 만큼 생존을 위해 프로 정신을 갖고 경기력이나 이슈를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올 시즌 K리그1에선 12개 팀이 뛰고 있다. 이 중 인천유나이티드와 강원FC, 수원FC, 대구FC, 성남FC의 5개 팀(41.7%)이 시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도·시민구단이다. 2부인 K리그2에선 전체 11개 팀 가운데 광주FC와 FC안양, 부천FC, 경남FC, 충남아산FC, 김포FC, 안산그리너스의 7개 팀(63.6%)이 도·시민 세금을 토대로 꾸려진다.
이른바 프로팀으로 불리는 1, 2부 구단 가운데 기업구단엔 연간 평균 200억원 넘는 운영비가 필요하다. 도·시민구단의 경우 절반 수준인 120억원 안팎이다. 세미프로인 K리그3(16개 팀)와 K리그4(16개 팀)는 이보다 훨씬 적어 각각 20억원 안팎과 10억원 미만이다. 대다수는 지자체가 운영하는 팀들이다.
사정이 악화하면서 구단 운영을 포기하는 곳도 속출하고 있다. 경기 고양시는 올해 프로구단을 창단해 내년부터 K리그에 참여하려 했으나 불발됐다. 지원서를 낸 2곳의 기업 모두 시의 행정·재정적 뒷받침 등 전폭적 지원을 원해 틀어졌다. K리그4에서 활약하던 인천 남동구민축구단은 재정적 어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올해 해체됐다.
현재 대다수 기업은 도·시민구단과 손잡는 걸 꺼린다. 구단 운영도 덩달아 어려워지고 있다. 이 같은 현실은 지난 1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경기도 국감에서 확인됐다. K리그 1, 2의 도·시민구단 12개 가운데 절반인 6개가 경기도에 둥지를 텄고, 매년 5억원씩 도비를 지원받는다.
민주당 이해식 의원은 “부천FC의 경우 지난해 6억8000만원에서 올해 1억5000만원으로, FC안양은 2020년 64억원에서 올해 5억원으로 각각 광고·후원액이 줄었다”고 지적했다.
본지가 이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도내 4개 구단의 연도별 후원액과 예산 현황에 따르면 FC안양의 경우 시 출연금은 2018년 40억원대에서 올해 50억원대로 늘었다. 프런트 임금과 운영비 등이 포함된 판관비 역시 지난해 9억4200만원에서 올해 12억1100만원으로 증가 추세다. 반면 후원금은 2018년 7억9100만원, 2020년 64억4000만원, 올해 5억원으로 변동이 심했다.
다만, 성남FC와 규모가 비슷한 수원FC는 기존 1억3000만∼1억9400만원이던 광고수입이 2021년 6억2700만원, 올해 10억4600만원으로 이례적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1부리그 승격이 기폭제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들 팀의 주요 후원사는 성남FC와 마찬가지로 건설사·개발사 등 지역 기업과 병원, 농협 등이었다. 안산그리너스의 경우 농협안산시지부가 매년 2억원 안팎의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현대미포조선도 2년간 11억원씩 거액을 내놓았으나 최근 지원이 끊겼다. 반면 부천FC는 사회적협동조합의 3000여명 조합원이 주축이다. 정부로부터 지정기부금 단체로 지정돼 기업 기부금을 받고, 조합원이 낸 1억5000만원 안팎의 조합비를 운영에 보탠다. 이는 시민구단의 새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