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전 진도 4.1의 지진이 발생한 진앙에서 멀지 않은 충북 괴산군 장연면 조곡리 이모(70)씨는 "천둥 같은 '쾅, 쾅' 소리가 두 나더니 갑자기 집이 흔들려 황급히 밖으로 뛰쳐나왔다"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씨는 "산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고도 했다.
같은 마을 박모(74)씨도 "집이 무너지는 것 같은 굉음에 깜짝 놀라 거실로 나왔는데 또 한번 큰 소리가 울리면서 탁자에 있던 손거울이 바닥에 떨어졌다, 진동이 심했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주민은 "대포를 쏘는 것처럼 같은 소리가 두 번 나 나면서 집이 흔들렸다"며 "근처에서 폭탄이 터진 줄 알았다"고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지진은 이날 오전 8시 27분 괴산군 북동쪽 11㎞에서 발생했다. 진앙 인근에는 조곡리와 감물면 구월리, 불정면 하문리 등 3개 마을이 있다. 하천인 달천과 인접한 이들 마을은 50∼80가구가 농사를 지으며 생활하는 전형적인 산골이다.
하문리 이장 안모씨는 "지진이 나던 당시 집에 있었는데, '우르릉'하는 소리가 두 차례 울리면서 창문이 흔들려 직감적으로 지진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마을을 둘러보니 일부 주민은 대포를 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고, 전쟁이 난 것 아닌가 걱정한 주민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다행히 이 마을에는 별다른 피해가 발생하지 않아 주민들이 빠르게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다만, 괴산군은 이날 오전 10시에 열기로 했던 '공무원 한마음 체육대회'를 취소했다.
지진의 진동은 서울에서도 감지돼 많은 시민을 놀라게 했다. 토요일 아침 늦잠을 자거나 휴식을 취하던 일부 시민은 사태 파악을 위해 소방당국에 연락하는 등 긴박하게 움직였다.
서울 성북구에 사는 한 시민은 "충북 괴산에서 발생한 지진인데 여기서도 진동이 느껴져 놀랐다"며 "2초간 땅이 흔들리는 느낌을 받았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아파트에 거주 중인 이모 씨는 "규모 4.3의 지진이 발생했다는 두 번째 긴급 재난 문자가 오자마자 확실히 느낄 수 있을 정도의 흔들림이 발생했다"며 "마치 주변에 전철이나 트럭이 지나가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기상청은 지진 최초관측 후 23초가 지난 뒤 발표한 지진속보에서 규모 4.3으로 발표했다가 이후 4.1로 조정했다. 이는 올해 한반도에서 발생한 가장 강한 지진이자 역대 38번째로 규모가 큰 것이다.
올해 들어 최강의 지진이 발생했다는 소식에 지진 발생지의 피해를 우려하는 시민들도 많았다. 서울 성동구에 사는 조모(29) 씨는 "갑작스러운 경보에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이었다"며 "괴산 시민들에게 큰 피해가 없기를 기도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