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글로벌 경영 강화를 위해 해외 출장길에 오른다. 바이오, 인공지능(AI), 차세대 통신 등 신사업 분야 경쟁력 강화와 인수합병(M&A) 후보군 물색 등 챙겨야 할 현안이 많은 상황이다. 특히 글로벌 인적 네트워크를 보유한 이 회장은 재계를 대표해 해외에서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지원에도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연말과 연초 여러 건의 해외 출장 스케줄이 잡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연말에는 베트남을 방문해 삼성전자 베트남 연구개발(R&D)센터를 둘러볼 가능성이 거론된다.
삼성전자는 2020년 3월부터 하노이 떠이호 신도시 부근에 2억2000만달러(약 2600억원)를 투자해 올해 말 완공을 목표로 R&D센터를 짓고 있다. 지상 16층·지하 3층 규모의 베트남 R&D센터는 1만1603㎡ 부지에 연면적 7만9511㎡ 크기로 들어선다.
이 회장은 올해 한국과 베트남의 수교 30주년인 만큼 베트남 정·관계 인사들과도 두루 만나 사업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재판 일정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짧게 다녀올 수 있는 일본과 중국, 인도 등도 주요 예상 출장지로 꼽히고 있다. 인도에는 노이다와 첸나이 지역을 중심으로 스마트폰과 가전·TV 생산공장을 두고 있다. 또 인도네시아에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생산공장이 있고, 말레이시아에는 주방가전을 주로 만드는 가전 공장이 있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이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활동에도 적극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장은 대통령실이 임명한 부산세계박람회 ‘특사(특별사절)’로 최근 멕시코와 파나마, 영국 등을 차례로 돌며 부산세계박람회 지원 활동을 벌였다.
다만 현재 진행 중인 재판을 고려하면 장기 해외 출장에는 다소 제약이 있을 수 있다. 이 회장은 현재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혐의 재판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재판에 각각 매주, 3주 간격으로 출석하고 있다.
이 회장이 삼성전자 창립기념일인 11월1일 ‘뉴삼성’의 비전을 구체화하는 메시지를 낼 것이라는 관측과 더불어 올해 연말에 있을 임원 인사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통상 12월 첫째 주나 둘째 주에 정기 임원 인사를 발표하고 있으나 일각에서는 이 회장의 취임에 따라 시기가 다소 앞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회장 취임 후 첫 인사인 데다 삼성전자가 3분기 ‘어닝 쇼크’를 기록한 만큼 이 회장이 인사를 통해 위기 상황 극복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이다. 다만 작년에 대규모 인사가 단행됐기 때문에 올해는 안정을 꾀하는 인사에 방점이 찍힐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