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전세·신용대출 등 가계대출 금리 상단이 모두 7%를 돌파하며 본격적인 ‘7%대 금리’ 시대에 돌입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 이후 약 13년 만이다. 금리 상승에 따라 이자 부담도 커지며 부동산 시장도 급격히 얼어붙는 한편, 전세의 월세 전환도 늘고 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지난 28일 기준 연 4.970∼7.499% 수준이다.
한 달 전인 9월30일(4.510∼6.813%)과 비교해 상단이 0.460%포인트, 하단이 0.686%포인트 올랐다. 변동금리의 지표금리인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지난 17일 2.960%에서 3.400%로 0.440%포인트 뛴 영향이다. 2012년 7월(3.400%) 이후 10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금리 인상만큼 대출이자 부담도 커지면서 전세 비중이 줄어드는 대신 월세를 낀 임대차 거래가 빠르게 늘고 있다. 부동산R114가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1~9월 서울에서 월세를 낀 주택 임대차 거래량은 19만3266건(계약일 기준)으로 집계됐다. 전체 임대차 거래의 48.9%로, 2011년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래 1∼9월 기준 월세 비율로는 역대 최고치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과거 저금리 시기에는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월세를 요구했다면 금리 인상기인 현재는 세입자가 월세가 유리하다고 판단해 자발적으로 선택한다는 점이 다르다”며 “전세대출 금리가 계속 오르는 추세라면 전세의 월세화 속도도 빨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높은 금리 탓에 부동산 시장에서 정부의 규제 완화 효과도 좀처럼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내년부터 무주택·1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일괄적으로 50%까지 높이기로 했지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문턱에 막혀 대출 한도 자체가 늘어나거나 고액 연봉자가 아닌 이상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시뮬레이션(모의실험) 결과 ‘LTV 50% 일괄 완화’ 정책에 따라 대출 한도가 실제로 크게 늘어나는 경우는 대부분 연봉 1억원이 넘는 고소득자일 것으로 추정된다”며 “특히 DSR 규제에서 맞벌이 부부의 연 소득은 합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맞벌이 가구의 대출 한도에 뚜렷한 변화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