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압사 참사 발생 사흘째인 31일 희생자들의 빈소가 차려지기 시작했다. 이날 오전까지도 빈소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장례식장은 한산한 분위기였으나 오후가 되면서 유가족과 지인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갑작스러운 사고 소식에 놀란 이들은 황망한 표정으로 빈소에 들어서 눈물을 쏟았다.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는 이날 희생자 4명의 빈소가 마련됐다. 20대 A씨의 빈소를 찾은 친구들은 붉어진 눈으로 “정말 밝고 쾌활했던 친구였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들은 조문 후 A씨의 할머니를 끌어안고 함께 오열했다. 또 다른 빈소에는 고등학생 B군의 앳된 영정사진이 걸려 있었다. 빈소를 찾은 이들은 B군이 “공부를 잘하는 ‘3대 독자’였다”며 허망함을 감추지 못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이번 참사로 B군을 포함해 총 6명의 중·고교생이 목숨을 잃었다. 희생자는 중학생 1명, 고등학생 5명으로 모두 서울 소재 학교 학생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서울의 한 장례식장에 마련된 중학교 3학년 C양의 빈소에는 C양의 어머니 사진이 함께 놓여 안타까움을 더했다. C양 모녀는 함께 이태원을 찾았다가 참변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C양의 동급생들은 이날 오후 교복과 체육복 차림으로 빈소를 찾았다. 아직 조문 방법을 잘 모르는 아이들에게 교사가 빈소 앞에서 조문 방법을 알려줬고, 몇 명씩 짝지어 조문을 마친 아이들은 서로를 안고 다독이며 눈물을 훔쳤다. 빈소 앞 복도는 아이들이 훌쩍이는 소리로 가득했다.
이 밖에 희생자 중 고등학생 2명도 같은 학교 2학년 친구로, 이태원에 같이 갔다가 사고를 피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과 경기, 울산 지역의 교사 3명도 희생됐다.
숨진 학생들이 다니던 학교는 슬픔에 빠졌다. C양의 학교는 이날 “교직원 일동은 매우 애통해하고 있다. 슬픔을 극복하고 학생들이 안정을 찾을 때까지 노력을 멈추지 않겠다”며 전교생 중 원하는 학생을 대상으로 애도교육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또 다른 사망자가 나온 고등학교는 휴업을 결정했다. 이 학교는 “학교에 슬픈 일이 있어 11월1일 임시 휴업을 한다”며 “학생들은 등교하지 않고, 수업도 진행되지 않는다”고 공지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번 참사로 숨진 10대는 총 11명이다. 다만 중·고생을 제외한 5명은 대학생이거나 학교 밖 청소년인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생 사망자는 파악 중이지만 사망자 수를 공개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각 대학 총학생회는 자체적으로 피해 상황 집계에 나섰다. 서울대와 서강대, 중앙대, 동국대 등의 총학생회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교내 구성원 피해를 접수하고 있다. 피해자 규모를 확인한 뒤 학교 측과 후속조치 논의를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재학생 중 사망자가 나온 목원대는 이날 조기를 게양하고, 11월2일부터 개최될 예정이던 축제를 연기했다. 한밭대 소속 학생도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은 이번 참사로 학생들의 우울감·불안감이 높아질 수 있다고 보고 심리 지원 방안 마련에 나섰다. 서울시교육청은 사망 학생들이 다니던 5개교 위클래스(상담실)에 특별상담실을 설치하는 한편, 부상자 등 참사를 목격한 학생에게도 상담을 지원한다. 교육부에 따르면 이번 참사로 고등학생 5명(서울 4명·충남 1명)이 다쳤고, 현재 2명이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이날 서울시교육청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찾아 “학생과 학부모, 선생님 희생자가 나온 데 형언할 수 없는 안타까움을 느낀다”며 “학생과 교직원의 트라우마가 남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국가애도기간 동안 각 학교가 조기를 게양하는 등 애도에 참여하도록 하고, 각 행사는 최소한으로 개최한다는 방침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청과 협업해 학교가 안정될 수 있도록 하고, 안전교육을 보완하는 방안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