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길 바랐는데"… 슬픔에 잠긴 광주전남 [이태원 핼러윈 참사]

“우리 아들이 아니길 바랐는데···.”

 

이태원 압사 참사의 슬픔과 추모 물결이 광주·전남지역에 이어지고 있다. 참사 희생자 153명 가운데 광주·전남지역에 연고를 둔 10명의 장례식이 치러지고 있어서다.

 

1일 오전 광주 서구 시청 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핼러윈 참사' 추모를 위한 합동 분향소 모습.   뉴스1

사고 나흘째인 1일 광주 동구 조선대병원 장례식장에는 김모씨의 빈소가 마련됐다. 김씨는 사흘전 친구와 함께 이태원을 갔다가 인파에 휩쓸려 빠져나오지 못하고 현장에서 주검으로 수습됐다.

 

광주에서 초·중·고교와 대학을 나온 김씨는 2년 전 그 어렵다던 토목기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목표로 삼았던 회사에 입사하기위해 2년을 더 준비한 후 지난 8월 꿈에 그리던 회사에 취직했다. 김씨는 서울로 올라가 건설 현장에서 감리 일을 했다.

 

가족들은 김씨가 ‘취업턱’을 낸다며 동창들을 만난 것 같다고 울먹였다. 가족들은 이태원 사고 뉴스를 접하고 혹시나 하는 생각에 휴대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신호음만 울리고 전화를 받지 않았다. 다음날 오전 6시쯤에야 통화가 이뤄졌다. 수신자는 아들이 아닌 경찰관이었다. 사고 현장에서 습득한 휴대전화기를 경찰서에서 보관하고 있었던 것이다.

 

김씨 가족은 참사 현장에서 멀지 않은 대학병원 영안실에서 김씨를 찾았다는 연락을 받았다. 김씨는 잠을 자는 듯한 표정이었지만 아무리 불러도 눈을 뜨지 않았다.

 

광주 광산구의 한 장례식장에는 동갑내기 20대 단짝 여성 A씨와 B씨의 영정사진이 한 장례식장에 함께 놓여져 주변을 숙연하게 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단짝 친구였던 이들은 각각 서울의 한 은행 직원과 백화점 직원 등으로 취직해 상경한 이후에도 만남을 이어왔다. 은행 정규직 전환과 백화점 직원 승진을 각각 꿈꾸던 이들은 이태원을 찾았다가 참변을 당했다. 

 

광주 북구의 한 장례식장에는 대학 친구와 함께 이태원에 갔다가 사망한 20대 늦깎이 대학생의 빈소가 마련됐다. 꿈을 실현하기 위해 뒤늦게 대학에 들어간 후 원룸에 살던 친구와 이태원에 갔지만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20대 여성의 빈소가 마련된 광주 서구 한 장례식장에는 서울 은평구청장이 직접 조문했다. 숨지기 전 이 여성은 은평구에 주소를 두고 살았다. 은평구청 관계자는 “은평구민으로 살다가 변을 당해 가족들을 위로하기 위해 빈소를 찾았다”고 했다.

 

광주·전남 연고 사망자 대부분은 10대 후반에서 20대의 청년들로 꽃다운 청춘을 하루 아침에 잃은 슬픔이 잠겨있다.

 

광주시는 이날 시청 1층에, 전남도는 도청 만남의 광장에 각각 합동분향소를 마련했다. 분향소 운영시간은 광주시는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이며, 전남도는 오전 8시∼오후 10시다. 

 

광주시와 전남도는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사고 수습을 지원할 계획이다. 광주·전남경찰청 역시 피해자 보호계를 중심으로 지역 희생자 현황 파악·장례 절차 지원 등에 나선다.

 

세계일보는 이번 참사로 안타깝게 숨진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족들의 슬픔에 깊은 위로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