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해학의 ‘한국 탈춤’ 인류무형유산 등재 유력

유네스코 평가기구, 권고 판정
이르면 11월 말 최종 결정될 듯
北 ‘평양랭면 풍습’도 등재 권고

우리나라 전통 가면극인 ‘탈춤’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1일 유네스코 홈페이지에 따르면 유네스코 무형유산보호협약 정부간위원회(무형유산위원회) 산하 평가기구는 ‘한국의 탈춤’(Talchum, Mask Dance Drama in the Republic of Korea)을 심사해 ‘등재’ 권고 판정을 내렸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권고 판정을 받은 ‘탈춤’ 공연 모습. 연합뉴스

판정 결과는 ‘등재’ ‘정보 보완’(등재 보류) ‘등재 불가’로 나뉘는데, 등재 권고 판정이 번복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최종 등재 여부는 이달 28일∼12월3일(현지시간) 모로코에서 열리는 ‘제17차 무형문화유산보호협약 정부간위원회’에서 결정된다.



우리나라는 현재 종묘제례 및 종묘제례악을 비롯해 판소리, 강릉 단오제, 강강술래, 남사당놀이, 영산재, 제주칠머리당영등굿, 처용무, 가곡, 대목장, 매사냥 등 총 21건의 인류무형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탈춤은 무용, 음악, 연극의 요소가 모두 들어 있는 종합예술이다. 부조리한 사회 문제나 도덕적 모순 등의 주제를 해학과 풍자로 공론화하면서도 재치 있게 풀어내는 점이 특징이다. 등장인물의 성격을 과장해 흥미를 유발하면서도 화해의 춤으로 마무리한다. 관객의 동조와 야유까지 포함해 완성하는 소통의 예술로 현대 예술에도 영감을 주는 강점을 지녔다. 학계에서는 이처럼 단순한 ‘탈놀이’에 그치지 않는 우리 탈춤이 다른 나라 탈춤과 차별된다고 본다.

한국민속학회장을 지낸 탈춤 연구 권위자 정형호 무형문화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의 탈춤은 탈을 쓰고 잡귀를 쫓아내는 원래 모습에서 변화해 다양한 삶을 녹여내고 그 안에 현실을 비판하거나 풍자하는 내용도 잘 담아낸 게 특징”이라며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는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탈춤은 지역에 따라 다양한 문화를 꽃피우면서 저마다 특색을 갖췄다.

양주별산대놀이, 통영오광대, 고성오광대, 강릉관노가면극, 북청사자놀음, 봉산탈춤, 동래야류, 강령탈춤, 수영야류, 송파산대놀이, 은율탈춤, 하회별신굿탈놀이, 가산오광대, 속초사자놀이, 퇴계원산대놀이, 진주오광대, 김해오광대, 예천청단놀음 13개 국가무형문화재와 속초사자놀이, 퇴계원산대놀이, 예천청단놀음, 진주오광대, 김해오광대 5개 시도무형문화재로 구성돼 있다.

북한이 제출한 ‘평양랭면 풍습’(Pyongyang Raengmyon custom)도 이번에 ‘등재’ 권고를 받았다. 북한의 인류무형문화유산은 아리랑(2013년), 김치 담그기(2014년), 씨름(2018년·남북 공동 등재)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