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초등학교 한·중 이중언어 교실에서 있었던 일이다. 수업을 막 시작하려고 하는데 담임선생님이 다가왔다. “우리 반에 마음이 여린 애가 있는데 지난 시간에 앞에 나와서 발표하려다가 못했는데 선생님께서 모른다면서 들어가라고 해 기분이 나빠 오늘 학교 안 간다고 울고불고 했다고 학부모한테서 전화가 왔어요.” 교육을 천직으로 알고 30여년 교육자로서 자부심을 갖고 일해 온 필자는 갑자기 멍해졌다. 코로나19로 학생과 선생님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수업하다 보니 누가 누군지 얼굴도 잘 모른다. 있는 그대로 잘하면 잘했다고, 틀리면 틀렸다고, 부족하면 더 노력하라고 할 뿐이다. 누구를 편애하거나 차별한 것이 아니다.
그림책을 활용한 한·중 이중언어 수업은 학생을 앞으로 나오게 해 발표시키는 일이 잦다. 언어란 자꾸 표현해야 하고 그래야 회화 실력도 늘 수 있다. 그런데 앞에 나와서 장승처럼 입을 꾹 다물고 버티고 서 있으면 시간만 흘러가니 이 한 학생만을 위해 계속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직 잘 모르겠으면 좀 더 연습하고 발표하자” 하고 들여보낼 수밖에. 아마 학생은 집에 가서 부모에게 ‘내가 모르는 것이 아니고 잊어버렸는데 선생님이 모른다면서 들어가라고 해 기분이 나빴다’고 말한 모양이다. 부모는 그 말만 믿고 정확한 사실관계는 확인하지 않은 채 무작정 학교에 의견을 제기한 것으로 보였다.
교실 안에서 학생을 제일 잘 아는 사람은 바로 선생님이다. 학생이 모르는 것과 부족한 부분 그리고 품행이 바르지 못한 부분은 지적해줘야 고칠 수 있지 않겠는가. 아무리 내 자식이 소중해도 한 학생만 지켜보고 기다려주길 바라는 건 어찌 보면 ‘남의 집 자식은 피해를 봐도 괜찮다’는 이기심의 발로 아닐까. 또 학생 스스로도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줄 알아야 한다. 선생님을 비롯한 타인의 지적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균형 감각과 내면의 힘을 키워야 한다. 무분별하고 과분한 칭찬은 자칫 학생을 오만하게 만들고 이는 올바른 성장에 해가 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