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먼지 묻은 치마’, ‘짝없는 신발’.
2일 서울 용산구 원효로 다목적 실내체육관에 마련된 ‘이태원 압사 참사’ 유실물 센터에는 희생자들과 가까스로 살아남은 생존자들의 유실물들이 쓸쓸하게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옷과 신발 등 주인을 잃은 물품은 총 1006점. 무게만 1.5t을 넘는다. 얼룩진 옷, 피 묻은 신발 등 유실물들의 모습에서 당시 인파에 휩쓸려 나뒹굴고, 밟히는 등의 참혹했던 현장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이날 오전부터 유실물 센터에는 잃어버린 물건을 수습하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 장례 절차 등이 마무리되면서 본격적으로 희생자들의 물품을 찾기 위해 유족과 참사 현장에서 살아남아 물건을 찾으러 온 생존자들이었다.
희생자의 유품을 찾은 유가족은 끝내 울음을 터트렸다. 이날 오후 센터를 찾은 한 부모는 딸과 함께 이번 참사로 먼저 세상을 떠난 아들 A씨의 물건을 찾으러 왔다. 어머니는 센터를 돌아보던 중 아들이 신었던 검은색 신발을 발견하고 “아이고… ××야”라며 A씨의 이름을 목 놓아 불렀다. 지켜보던 아버지도 눈물을 쏟았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아들의 신발을 한 짝씩 가슴팍에 꽉 안은 채 주저앉아 흐느꼈다. 옆에서 부모님을 위로하던 딸도 끝내 눈물을 참지 못했다. A씨의 어머니는 “우리 아들 신발이 자꾸 벗겨져서 내가 끈도 묶어줬는데… 스물다섯 살밖에 안 된 불쌍한 내 아들 어떡하면 좋아. 우리 아들 옷이 보이지 않는다. 입고 나간 걸 내가 분명 기억하는데…”라며 센터를 정처 없이 떠돌았다.
20대 딸을 잃은 어머니와 친오빠도 센터를 찾았다. 신발과 가방 등 물건을 찾으러 왔지만 모두 찾지는 못했다. 친오빠는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났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유가족들은 현장에 있던 경찰 관계자들에게 원망을 쏟아내기도 했다. 이번 참사로 아들을 잃은 한 중년 여성은 “현장에 빨리 갔어야지 뭘 했나”라며 “이태원에 놀러 간 아이들의 잘못이 아니다. 이 못된 사람들아!”라고 소리쳤다.
생존자들은 아찔했던 순간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고 전했다. 사고 현장에서 다리를 다쳐 절뚝이며 물건을 찾아다니는가 하면, 다친 가족을 위해 대신 온 이도 있다. 가방을 찾으러 왔다는 최모(39)씨는 사고 당시 해밀톤호텔 옆 골목에 있었다. 비탈길 위쪽에 위치해 가까스로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그는 “혼자 이태원을 방문했다가 갑자기 사람들에 밀리면서 함께 넘어져 3~4명 밑에 깔렸다. 그러면서 다리를 다쳤다”며 “살려달라는 비명이 계속 떠오른다”고 울먹였다. 사고 당시 아랫줄에 있었다던 한 남성은 “발이 공중에 뜰 정도였다.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매우 고통스러웠다”고 회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