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셰프는 회계사 시험에서 떨어지고 돈이 없어서 카우치 서핑을 통해 여행을 다니게 되었다. 카우치 서핑에서 김 셰프가 호스트들에게 제안한 것이 바로 한식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한식이라는 아이템이 독특했는지 수락률이 높아져서 여행을 다니기가 간편해졌다. 이를 통해 요리사가 되면 여행을 다니거나 해외에서 생활하는 게 수월해지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고 이러한 생각이 요리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어찌 보면 회계사 시험에서 떨어진 건 본인에게는 아쉬운 일일지 모르지만 소비자들에게는 잘된 일이 아니었을까. 그로 인해 아이디어와 에너지가 충만한 젊은 셰프를 얻었으니 말이다.
여행이 끝나고 한국에 돌아온 후 1년 반 동안 주방 보조나 아르바이트를 통해 학기 중에는 돈을 벌면서 방학 때마다 해외여행을 다니는 과정을 반복했다. 이후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호주로 넘어가게 된다. 요리를 제대로 배워보고 싶어서 요리학교에 가고 싶었으나 형편상 유학을 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았기 때문에 당시 시급은 높고 워킹 홀리데이라는 제도가 있는 호주에서 돈을 벌어서 요리학교에 가면 된다는 생각에 무작정 호주로 향하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요리학교는 가지 않았다. 요리학교 대신 선택한 것은 직접 몸으로 부딪치며 익히는 방법이었다. 호주에 가자마자 운 좋게 호텔 주방에서 일할 수 있었고, 이후 레스토랑을 옮겨 다니면서 직접 일을 배웠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학교나 정식 과정을 거치지 않고 직접 일을 하면서 몸으로 주방이라는 공간과 일하는 방법을 체득해 나갔다. 호주에서는 2년 동안 계속 돌아다니면서 다양한 식당에서 일하면서 요리를 배웠다.
샌프란시스코를 지향하다 보니 해산물을 다양하게 사용하고 파티 음식이나 가정에서 편하게 먹는 음식 위주로 메뉴를 구성했다. 고객이 접근하기 쉽고 허들이 낮고 사람들이 한 번쯤은 먹어봤을 것 같은 음식을 선택해서 샌프란시스코의 터치를 조금씩 녹여내서 메뉴를 잡았다. 쌤쌤쌤의 첫 번째 시그니처 메뉴는 캘리포니아 스타일 라자냐. 일반적인 라자냐는 라구 소스와 베사멜 소스로 이루어지는데, 김 셰프가 여행을 다니거나 외국 친구의 집에 초대를 받아서 갔을 때 먹어본 라자냐는 기본 라구 소스와 베사멜 소스에 자기 집만의 비법이 들어간 라자냐였다.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이 해시 브라운을 튀겨서 넣어준 라자냐였다. 이 기억에 김 셰프의 조리법을 더해 감자의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알알이 살아있고 라구와 베사멜이 잘 어울리는 미국 서부 스타일의 라자냐를 만들어 냈다. 겉에 매콤한 토마토소스를 부어서 오븐에 구워 내 파스타 케이크를 먹는 것 같은데 옆에 매콤한 소스가 같이 있어서 느끼하거나 물리지 않게 먹을 수 있게 디자인했다.
두 번째 시그니처 메뉴는 옥토버스 리소토로 먹물 리소토다. 일본, 태국, 베트남 음식의 감칠맛을 살리고 싶어서 태국 고추장, 가쓰오부시를 사용한다. 감칠맛을 끌어올리기 위한 김 셰프의 방법인데, 태국 음식점을 한 경험과 여행을 다니며 다양한 국적 친구들의 요리를 먹어본 기억이 반영된 음식이다. 동남아의 감칠맛과 샌프란시스코를 대표하는 해산물들이 버무려진 리소토다. 고수가 올라가는 것도 특징이다.
김 셰프는 예전에는 대단한 요리사나 미슐랭 레스토랑의 헤드 셰프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더 많은 사람이 본인의 음식을 먹고 즐겼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매우 크다. 소수의 특정 사람이 아니라 많은 사람이 먹어 보고 좋아하는 요리와 브랜드를 만들고 싶은 게 목표라면 목표이다. 외식업에서 하나의 분야인 요리를 가지고 쭉 달려왔는데 공부를 더 많이 해 주방을 벗어나 외식 관련된 부분으로 본인의 영역을 확장해나가고 싶어한다. 앞으로의 새로운 공간과 작업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