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이틀 뒤 경찰청이 진보·보수 성향 시민단체와 온라인 여론 동향, 언론 보도계획 등의 정보를 수집해 정리한 ‘정책 참고자료’를 작성해 관계기관에 배포한 것으로 확인됐다.
2일 SBS 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정책 참고자료’ 보고서에서 이태원 사고와 관련해 빠른 사고 수습을 위한 장례비·치료비·보상금 관련 갈등 관리가 필요하며 단골 비난 소재인 ‘고위 공직자의 부적절한 언행 처신’이 철저히 차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태원 사고 관련 주요 단체 등 반발 분위기’ 대목에선 “진보·보수 단체가 예정된 집회 등 행사를 취소하고 추모 열기에 동참한다”면서도 “진보 단체는 상황변화를 주시하며 저마다 정부 규탄 논리를 모색 중”이라고 적었다.
이어 “일부 진보 단체들은 ‘세월호 이후 최대 참사’로서 정부 책임론이 확대될 경우 정권퇴진운동으로까지 끌고 갈 수 있을 만한 대형 이슈(쟁점)”라면서도 “사고 수습도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정권 책임’을 내세웠다가 역풍 가능성이 있는 만큼 당분간 상황을 주시하며 신중 검토 방침”이라고 동향을 담았다.
한 여성단체가 성명에서 “사망자 중 여성이 97명, 남성이 54명으로 알려진다(작성 당시 기준)”고 말한 부분을 인용해 “여가부 폐지 등 정부의 반여성 정책 비판에 활용할 것을 검토 중이라 한다”는 내용도 담겨있다.
보고서는 진보 단체들이 이태원 참사를 ‘세월호 사고’와 연계할 조짐이 감지된다고도 했다. 보고서는 “박근혜 정부 당시 세월호 책임자들을 단죄하지 않은 검찰과 그 연장선에서 들어선 정부가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며 “정부 대응상 미비점을 적극 발굴하고 '제2의 세월호 참사'로 규정해 정부를 압박한다는 계획”이라는 동향 보고도 했다.
보수 단체가 진보 단체에 맞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내용도 담았다. 보고서는 “진보 단체들이 세월호 때처럼 여론몰이하고 대정부 투쟁에 나설 경우 대응이 불가피하다”며 “대규모 집회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예상했다.
보고서는 ‘온라인 특이 여론’을 주제로 한 부분에서 “온라인에서 자극적인 사진과 영상이 여전히 확산한다”며 “정부의 안전관리가 미흡했다는 ‘정부 책임론’이 부각 조짐”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턴 호텔 옆 골목에서 핼러윈 축제를 즐기는 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압사 사고가 발생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기준 사망자는 총 156명, 부상자는 중상자 33명 포함 157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