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압사 참사와 관련한 경찰의 수사와 감찰은 지휘부를 향하고 있다. 서울경찰청 지휘부의 공백 사태가 참사 당일 경찰의 야간 상황 관리 시스템이 제때 작동하지 않은 원인으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치안의 총 책임자인 윤희근 경찰청장의 첫 보고가 대통령실보다 늦게 이뤄진 것을 두고는 행적을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3일 경찰 등에 따르면 참사가 벌어진 지난달 29일 류미진 당시 서울경찰청 인사교육과장(총경)은 서울경찰청 상황관리관으로 당직 근무를 서면서 상당 시간 자리를 비운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경찰청 상황관리관은 서울 지역에서 발생하는 사건 접수와 처리를 총괄한다. 야간 상황에는 사실상 ‘서울경찰청장 직무대리’의 역할로 상당한 권한을 가진 만큼 일선 경찰서장에 준하는 총경 계급이 돌아가며 맡고 있다. 상황관리관은 상황이 발생했을 때 서울경찰청 지휘부와 경찰청 상황담당관에게 보고할 의무가 있다.
당시 이태원 참사는 소방이 오후 11시50분 ‘대응 3단계’와 ‘전국 구급차량 국가동원령’을 발령했을 만큼 매우 긴급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류 총경은 112 상황실이 아닌 본인의 사무실에 머물다가 오후 11시39분에서야 112 상황실에 복귀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직 지침상 주간근무 전반(오전 9시∼오후 1시)과 야간근무 전반(오후 6시∼이튿날 오전 1시)에는 112 상황실에서 자리를 지켜야 하는데 이를 어긴 것이다.
경찰의 보고체계는 일선 경찰서→시·도 경찰청→경찰청 순으로 이어진다. 일선 경찰서와 시·도 경찰청의 상황 관리가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서 경찰청에 ‘치안 상황 보고’가 처음 접수된 시간은 자정을 넘긴 0시2분이었다. 윤 청장은 이보다 12분이 지난 0시14분에 경찰청 상황1담당관으로부터 첫 구두 보고를 받았다. 김 청장이 처음 보고를 받은 지 38분이 지난 뒤다.
김 청장이 늑장 보고를 받은 것은 일선 경찰서와 서울경찰청 상황관리관의 보고 체계가 지켜지지 않은 때문이지만, 김 청장에서 윤 청장으로 이어지는 상부 보고에 또다시 38분이나 소요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언론에서는 오후 11시38분쯤부터 ‘이태원서 다수 호흡곤란’ ‘이태원 대규모 압사 사고’ 등의 속보가 쏟아진 상황이라서 확인 작업을 거쳤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더욱이 사태를 이미 인지하고 있던 대통령실에 경찰이 첫 보고를 한 시간은 0시5분이다. 0시2분 서울경찰청에서 보고를 받은 경찰청이 수장인 윤 청장보다 대통령실에 먼저 보고를 했다는 것은 윤 청장에게 공백 사유가 있었다는 주장에 설득력을 더한다.
더욱이 윤 청장은 사고가 발생하고 4시간15분이 지난 30일 오전 2시30분에야 경찰청으로 출근해 지휘부 회의를 주재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남화영 소방청장 직무대리가 오후 10시15분 첫 신고를 접수하고 1시간 만인 오후 11시15분에 상황판단회의를 주재한 것과 대조적이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지휘부 공백 사태의 책임을 물어 대기발령된 류 총경과 이 총경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아울러 전날 서울경찰청, 용산경찰서, 용산구청 등지에서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압수물을 분석하고 있다.
특별감찰팀은 서울경찰청의 늑장 대응과 관련해 김 청장에 대한 감찰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청장은 사고 당일 오후 11시36분에 첫 보고를 받았는데, 참사와 관련한 대응이 적절했는지 살펴볼 것으로 알려졌다. 김 청장이 보고를 늦게 받으면서 이후 경찰청 보고까지 줄줄이 늦어졌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아울러 김 청장이 첫 보고를 받고 윤 청장이 보고를 받는 데 38분이나 소요된 것과 관련해 경찰 관계자는 “추후 감찰을 통해 확인해야 할 부분”이라며 감찰 가능성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