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주가 직접 설계한 마라톤대회, 고향 천안서 열렸다

조심스런 분위기 속 안전 최우선으로 한 질서정연한 대회
이 선수 어머니 공옥희 여사 모시고 참석 사인회 포토타임 서비스
대회 관계자·참석자 모두 ‘안전! 안전!’ 검은리본 단 참석자들도

“이봉주 선수 힘내세요∼∼ 내년에는 저희들과 함께 달리면 좋겠어요. 이봉주 선수가 직접 설계한 마라톤코스에서 뛰었다는게 의미있는 추억이 될 것 같아요.”

제1회 천안 이봉주마라톤대회가 6일 천안종합운동장 오륜문광장에서 열렸다.

희귀 난치병을 앓고 있는 국민마라토너 이봉주 선수의 쾌유를 응원하며 마련된 ‘제1회 천안이봉주마라통대회’가 6일 천안종합운동장 오륜문광장에서 열렸다. 이 대회는 천안이 고향인 이봉주 전 선수가 직접 코스 개발과 선정에 참여했다.

 

천안시체육회가 주최한 대회는 코스는 △하프 △10㎞ △5㎞로 구성했다.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출발해 번영로와 삼성대로 등을 반복 순환하며 교통 혼잡과 시민 불편 등을 최소화했다. 이날 대회에는 천안시민들과 전국에서 이봉주선수를 만나기위해 찾아온 러너 4737명이 참가했다. 

 

‘이태원 압사 참사’를 애도하는 묵념으로 시작한 대회에서 참가자들은 단체 함성을 지르거나 떠들썩한 분위기를 연출하지는 않았지만 러너들의 열정과 시민들의 응원은 뜨거웠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대회 관계자와 참가자 모두가 안전을 최우선한 대회였다. 참가자들 가운데는 이태원 압사 참사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검은 리본을 달고 뛰는 팀들도 있었다. 출발선상에 선 참가자들은 모두가 ‘안전! 안전!’을 외쳤다.

가족단위 시민 참가자들이 많은 대회에서 불당대로를 달리는 주자들. 

1000여명의 자원봉사자와 주로 교통통제와 안전관리를 맡은 경찰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안전하고 질서있는 대회를 이끌어냈다. 천안시와 천안시체육회는 참가신청이 폭주하자 안전을 고려해 참가신청자를 4500명으로 제한해 조기 마감하고 페이스메이커 등 237명을 추가해 주로에서 뛰는 전체 참가자를 5000명 이하가 되도록 했다. 주최측은 달리면서 일어날 수 있는 안전사고를 경계하는 팻말을 든 진행요원들을 주로 곳곳에 배치했다. 신효섭 천안서북경찰서장은 행사시작 2시간인 오전 7시쯤부터 현장에 나와 교통통제와 안전관리를 직접 지휘하고 행사가 완전이 끝난 다음에 경찰서로 복귀했다.

 

천안시와 천안시체육회는 이 선수의 쾌유를 응원하면서 시작한 이 대회를 전국의 많은 마라톤통호인들과 시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화합 축제로 발전시킨다는 구상이다. 첫 대회때부터 천안의 넉넉한 인심을 알리기 위해 참가자들에게 푸짐한 먹거리와 기념품 등을 증정하며 천안 마케팅 전략을 폈다.

이봉주 선수와 어머니 공옥희 여사.

이봉주 선수는 이날 천안시 성거읍 고향집에 살고 계시는 어머니 공옥희(87)여사를 모시고 대회에 참가했다. 이 선수는 대회시작전 팬 싸인회를 갖고 달리기를 마친 참가자들과 1시간 20분 가량 함께 사진을 찍은 포토타임 시간을 가졌다. 참가자들은 이 선수와 함께 사진을 찍기 위해 500m 가량 줄을 서서 기다리는 진풍경이 빚어졌다. 이 선수는 “시민들의 성원으로 내고향 천안에 제 이름을 넣은 마라톤 대회가 만들어져 큰 영광이다. 천안시민들과 천안시, 천안시체육회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출발 신호를 보내는 이봉주(오른쪽 여섯번째)선수와 박상돈(오른쪽 다섯번째)천안시장과 대회 관계자들.

박상돈 천안시장은 “천안의 자랑이자 세계적인 마라톤 선수인 이봉주 선수와 함께 마라톤 코스를 설계하고 준비하는 과정을 통해 시민들께 용기와 희망을 드리기 위해 노력해 왔다”며 “현역 선수 시절 보여준 성실함과 결기, 병마와 싸우면서도 오늘 건강한 모습으로 참여해준 이봉주 선수는 희망의 아이콘이다”고 말했다.

 

한남교 천안시체육회장은 “앞으로 천안 이봉주마라톤대회가 세계적인 마라톤대회로 발전할 수 있도록 더욱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며 “대회를 통해 몸과 마음을 재충전하며 상쾌한 기분을 마음껏 즐기시고 아름다운 추억으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자원봉사자로 참가한 선문대 스포츠재활학과 학생들이 달리기를 마친 참가자들의 근육을 풀어주고 있다.

1970년생 충남 천안시 성거읍 소우리 출신 이봉주는 한국 마라톤의 대표 스타다. 1990년 데뷔해 2009년 은퇴하기까지 20년간 42.195㎞ 풀코스에 44차례 도전해 41번을 완주했다. 

이봉주 선수.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은메달, 1998년 방콕에 이어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는 연속 금메달을 땄다. 2001년 보스턴국제마라톤, 2007년 서울국제마라톤을 포함해 국제대회에서 모두 9차례 우승했다. 2000년 도쿄국제마라톤에서 수립한 2시간7분20초는 한국 최고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