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거래가보다 높은 공시가 속출… 현실화율 속도조절?

집값 하락세에 역전 사례 증가

공시가 19억8500만원 ‘잠실엘스’
최근 두차례 19억5000만원 거래
인천 송도서도 역전 현상 잇따라

조세재정硏, 현실화율 유예 제안
국토부 11월 동결 발표 가능성 커
“보유세 부담 ↑… 80% 수준 낮춰야”

금리인상과 경기침체 우려로 집값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최근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공시가격이 실거래 가격에 육박하거나 아예 실거래가를 역전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 재검토를 공약으로 내세웠던 만큼 현실화율 수치와 달성 기간 등 공시가격 전반에 대한 손질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인왕산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6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84㎡)는 지난 8월 말과 지난달 초 각각 19억5000만원에 팔렸다. 올해 공시가격 19억8500만원보다 3500만원 낮은 가격이다. 잠실 레이크펠리스(84㎡)도 지난달 말 공시가격 18억2600만원에 못 미치는 17억9500만원에 거래됐다.

앞서 문재인정부는 2020년 11월 공시가격을 10년에 걸쳐 시세의 90%까지 올리는 현실화율 달성안을 발표했다. 당시 공동주택의 현실화율 달성 시점을 6억원 이하 주택은 2030년, 9억∼15억원 주택은 2029년, 15억원 초과 주택은 2027년으로 설정한 것을 고려하면 현재 아파트의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높은 편이다.

서울 중저가 아파트 중에서도 실거래 가격이 공시가에 근접할 정도로 떨어진 단지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노원구 상계보람(44㎡)은 가장 최근에 신고된 9월 말 거래가가 4억원으로, 공시가(3억5900만원)와의 격차가 4100만원까지 줄었다. 강동구 고덕동 고덕그라시움은 지난달 중순에 계약된 거래 금액이 11억8500만원까지 떨어졌는데, 공시가격(11억5000만원)은 실거래가의 97.5% 수준이다.



다른 수도권의 상황도 비슷하다. 특히 지난해 아파트값 급등으로 올해 공시가가 많이 뛰었던 인천이 눈에 띈다. 인천 송도 더샵센트럴시티(60㎡)는 공시가 5억3600만원보다 3000만원 이상 저렴한 5억500만원에 지난달 거래가 성사됐다. e편한세상 송도(70㎡)도 지난달 초 거래가격(5억1000만원)이 올해 공시가 5억1900만원을 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집값 하락 추세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공시가격과 실거래가 역전 지역은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떨어진 집값이 반영되면서 내년에는 공시가격이 다소 하락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국토부와 한국부동산원은 지난달부터 공시가격 조사·산정 업무에 착수한 가운데 내년 초까지의 집값 변동분을 내년 1월1일자 공시가격에 반영한다.

집값이 하락하더라도 매년 올라가는 공시가격 현실화율 로드맵이 변수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최근 공청회에서 기존 현실화 계획을 일단 1년 유예할 것을 제안했다. 국토부는 이달 중순에 내년 공시가격 산정계획을 발표할 예정인데, 연구원의 논의 결과를 수용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현실화율은 올해 공동주택 기준 평균 71.5% 수준에 맞춰 내년 공시가격이 선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이와 별개로 국토연구원에 연구용역을 의뢰해 현실화율 목표치(90%)와 달성 기간(2030년)을 비롯한 로드맵 전반에 대한 수정 방향을 검토 중이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박사는 “가파른 공시가격 현실화율 제고는 집값 상승보다 공시가격이 더 많이 오르는 문제가 발생하고 결국 국민의 과도한 보유세 급증으로 이어진다”며 “주택시장의 변동성과 적은 거래량 수준 등을 고려할 때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80%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