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이태원 압사 참사’ 이후 책임 소재의 근거가 될 내부 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하거나 삭제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참사와 관련한 안전사고 예방이 부실했다는 비판 속에 참사 발생 후에도 책임을 회피하는 데 급급한 모습이다.
6일 경찰청 특별감찰팀 등에 따르면 참사 당일 이임재 당시 용산경찰서장은 오후 11시5분쯤 이태원파출소에 도착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이 전 서장은 용산경찰서의 상황 보고서 등을 통해 참사 발생 직후인 오후 10시17∼20분 현장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특감팀 조사 결과, 실제 도착 시간은 이보다 45∼48분 늦은 것으로 파악됐다. 상황 보고서를 허위 작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배경이다. 이 전 서장은 용산경찰서 인근의 식당에서 오후 9시47분쯤 출발했으나, 이태원 일대의 차량 정체로 이동 시간에만 78분을 소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용산경찰서가 핼러윈을 앞두고 이태원 일대의 안전사고를 우려하는 보고서를 작성했는데, 참사 후 이를 삭제한 정황도 포착됐다. 앞서 용산경찰서 정보과가 작성한 ‘핼러윈 축제 기간 안전사고 우려’ 보고서는 서울경찰청 등 상부로는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별수사본부는 용산서 정보과장이 책임을 피하기 위해 보고서를 삭제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또 정보계장이 보고서를 작성한 직원을 회유하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돼 두 사람 모두 수사 대상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태원 참사 당일 소방의 대응 상황도 시간대별로 공개되면서 늑장 대응 논란이 일고 있다. 그동안 소방청은 최초 신고가 오후 10시15분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는데, 이보다 앞서 3분 전인 10시12분에도 관련 신고가 1건 더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신고 내용이 짧고 불분명해 현장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후 오후 10시15분 ‘경찰이고 소방차고 다 보내주셔야 할 것 같다’는 구체적 119신고를 접수한 서울종합방재센터는 10시17분 용산소방서에 출동 지령을 내리고, 10시43분 소방대응 1단계를 발령했다.
이후 30분이나 지난 11시13분 대응 2단계, 11시48분 3단계로 각각 상향했다.
시민들에게 발송되는 긴급재난문자도 서울시가 서울종합방재센터에서 오후 10시26분 처음 사고 보고를 받고 90분 후에야 전파됐다. 이 시각은 이미 이태원에서 대규모 인명피해가 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간 지 20여분 뒤다.
참사 당일 용산구청은 폐쇄회로(CC)TV 통합관제센터에서 행정안전부로의 현장 상황 보고도 한 건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119 최초 신고 접수로 알려진 오후 10시15분 이전의 신고 17건도 행안부 상황실에는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참사 현장 인근 곳곳에 CCTV가 배치돼 있는데, CCTV로 위험성을 판단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