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난 국가 애도기간, 책임론 칼바람 어디까지 가나 [이태원 핼러윈 참사]

‘이태원 참사의 책임은 누구까지 져야 하는가.’

 

이 의문에 여야가 충돌했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의 국가 애도기간이 끝나면서 여야가 본격적으로 이번 참사에 대한 책임론을 들고 일어섰다. 여당과 정부는 경찰 수뇌부를 정조준하며 책임자 색출에 나섰고, 야당은 이번 참사를 윤석열 정부의 책임으로 규정, 공격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이번 여야의 정쟁은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혀왔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의 거취와도 관련 있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 박희영 용산구청장, 윤희근 경찰청장, 남화영 소방청장 직무대리가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애도하는 묵념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남화영 소방청장 직무대리, 윤희근 경찰청장, 이상민 행안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박희영 용산구청장,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뉴시스

◆칼바람 이상민·윤희근까지 넘어가나. 여야 온도차

 

7일 국회 등에 따르면 여야는 이태원 참사 국가 애도 기간이 끝난 지난 6일을 기점으로 참사 원인과 책임 소재, 국정조사 실시 등을 놓고 날 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야당은 대통령실 이전으로 경찰 병력이 부족해 참사가 일어났다고 공세를 펼치는 한편, 경찰의 셀프 수사를 믿을 수 없다며 국정조사를 촉구했다. 반면 여당은 경찰 수사를 통해 신속하게 원인을 규명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했다.

 

현재 여야의 가장 큰 온도차는 책임자로 지목된 이 장관과 윤 청장의 향후 거취와 관련이 있다. 야당은 이 장관과 윤 청장에 대한 파면 등 책임론을 주장하고 있고, 여당은 이번 사태의 책임이 윤 대통령으로 번지진 않을까 내심 우려하며 외면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두 사람이 경질될 경우 그 여파는 윤 대통령에게 향할 수 있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대기발령 조치된 이임재 전 용산서장에게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적용을 검토하고 있고, 서울청 관계자 등 경찰 지휘부의 직무 유기 혐의를 검토하고 있다. 또 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참사 이후 총 3번에 걸쳐 공식 석상에서 사과를 하며 여론 달래기에 나섰다.

 

하지만 이태원 핼러윈 참사와 관련해 경찰의 책임론이 불거진 지난 1일부터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4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252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34.2%, 부정 평가는 62.4%로 각각 나타났다. 전주와 비교해 긍정 평가는 1.5%포인트 하락했고, 부정 평가는 0.7%포인트 상승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제8회 중견기업인의 날 기념식에서 격려사를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눈에 띄는 점은 이번 참사가 발생한 서울 지역의 긍정 평가가 전주보다 7.3%포인트가 하락해 최대 낙폭을 보였고, 50대·가정주부도 6.2%포인트씩 하락했다는 점이다. 사건 발생 지역에 대한 불안감과 안전이라는 키워드에 민감한 50대 여성들이 동요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일부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30% 밑으로도 떨어졌던 적이 있는만큼 최악의 상황으로까지 볼 수는 없다.

 

이번 조사의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서 ±2.0%포인트다. 무선(97%)·유선(3%)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진행됐고 응답률은 4.5%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여야 줄다리기 시작된 국정조사, 현실화 가능성은

 

또 한가지 쟁점은 국정조사다. 현재 경찰 특별수사본부가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참사 관련 수사에 대해 야당은 셀프조사로 진상을 밝힐 수 없다며 국정조사 도입을 주장하고 있고, 여당은 수사기관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정조사는 어불성설이라며 맞서고 있다.

 

이날 주호영 국민의힘,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오전 11시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국회에서 만나 50분 가량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도입 등을 논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특히 이날 논의에선 여당은 국정조사 보다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없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 재논의가 먼저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경찰청 이태원 사고 특별수사본부에 현판이 부착되어 있다. 뉴시스

주 원내대표는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지금으로선 아직 국정조사를 논할 단계가 아니기 때문에 당내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지금은 국정조사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고 집권여당으로서 책임 있게 이 문제를 수용하고 가시라는 취지의 말씀을 드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대하면 다른 야당과 함께 국정조사 요구서 제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즉 여당의 반대에도 단독으로 국정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벼르는 태도다.

 

실제 169석의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국정조사 계획서를 본회의에서 단독으로 의결할 요건을 갖췄다. 정의당도 국정조사 찬성 입장을 냈다. 국민의힘 동의와 별개로 김진표 국회의장의 결단만으로도 국정조사는 가능하다. 국정조사 요구서가 국회에 제출된 후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거나 조사를 맡을 상임위원회(조사위원회)를 확정할 권한이 국회의장에게 있기 때문이다.

 

국회의장이 지정한 조사위원회가 조사계획서를 본회의에 제출하면 본회의 의결을 거쳐 국정조사가 승인된다. 국정조사는 공개로 진행되며, 조사위의 활동결과는 국정조사보고서 형태로 작성돼 본회의에 제출된다. 조사결과를 토대로 국회는 정부 또는 기관 관계자의 문책 등을 요구할 수 있다.

 

세계일보는 이번 참사로 안타깝게 숨진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족들의 슬픔에 깊은 위로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