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남중국해에서 영유권 강화를 위해 추진 중인 인공섬(artificial island)의 군사요새화가 매우 진전된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은 동남아시아 국가와 영유권 갈등을 빚고 있는 남중국해에서 발언력을 높이기 위해 암초를 확장해 군사기지화하면서 항공기, 미사일 등을 대거 배치했다.
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필리핀 사진작가 에즈라 아카얀은 남중국해 스프래틀리군도에서 중국이 군사기지화하고 있는 7개 암초의 모습을 지난달 25일 촬영해 트위터에 공개했다. 스프래틀리군도는 중국은 난사(南沙), 베트남은 쯔엉사, 필리핀은 칼라얀이라고 부르는 남중국해의 대표적인 분쟁 지역이다. 중국, 대만, 필리핀, 베트남,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등이 서로 영유권을 주장한다.
사진을 보면 인공섬에는 부두, 레이더, 공항, 군사 캠프 및 대형 항공기 격납고 등 군사 시설이 완공됐다. 그 외에도 주둔군 부대원이 생활할 수 있는 다층 건물과 포장도로, 운동장, 농구장, 테니스장 등도 설치됐다.
7개 인공섬 중의 하나인 피어리크로스 암초에선 중국 해군의 3세대 조기경보통제기 KJ-500H가 활주로에서 급유 중인 모습이 포착됐다.
미스치프 암초에는 사거리 180㎞의 YJ-83 초음속 대함미사일 8기를 탑재할 수 있는 쌍동식 미사일보트, Y-8 중형수송기 등이 있었다. 콰테론 암초에는 대함·대공용 함포와 SLC-7 3차원 조기경보레이더와 유사한 대형 레이더가 배치돼 있었다.
이 레이더는 여러 표적을 동시에 탐지·추적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비 암초의 활주로에는 다른 비행기가 함부로 착륙하지 못하도록 트럭들이 있었다.
맬컴 데이비스 호주 전략정책연구소 선임 분석가는 SCMP에 “전술적 측면에서 중국군 작전을 위한 항공기 격납고, 기타 지원 시설을 갖춘 전진 기지”라며 “중국 공군과 해군의 불침(不沈) 항모 역할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싱크탱크인 랜드코퍼레이션의 브래드 마틴 선임 정책연구원은 “인공섬에 주둔하고 있는 중국군은 필리핀이나 다른 국가에 대한 군사 행동 시 선박을 위협하며, 경고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면서 “다만 중국 본토에서 추가 공급이 이뤄져야 하는데 거리가 떨어진 점은 약점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미국 국제전략연구소(CSIS)는 중국이 영유권 주장을 강화하기 위해 2013년부터 스프래틀리군도에서 7개의 암초를 인공섬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6년 7월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가 남중국해 대부분에 대한 중국의 영유권 주장은 법적 근거가 없다며 패소 판결을 내렸지만 중국은 무시하고 남중국해 군사기지화에 나서고 있다.
한편 중국은 이날 그레그 핸즈 영국 무역정책 장관의 대만 방문 소식이 전해지자 군용기 63대를 대만 주변에 출격시켜 무력 시위를 벌였다. 이 중 31대는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을 침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