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서울대교구가 7일 주교좌 성당인 명동대성당에서 서울관구장인 정순택 대주교에게 ‘팔리움(Pallium)’을 수여하는 미사를 봉헌했다. 팔리움은 양털로 짠 고리 모양의 띠로 지역 교회(관구)를 사목하는 대주교로서 충실하게 임무를 수행하겠다는 서약이자 교황청과의 일치를 보여주는 외적 표지다. 관구장 대주교는 교황으로부터 팔리움을 받아 착용함으로써 비로소 관할구역 내에서의 모든 권한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한국 성당에서 팔리움 수여식이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대교구에 따르면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와 전 광주대교구장 최창무 대주교 등 주교단, 교구 사제단, 관구 수도회 장상·평신도단체협의회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미사에서 주한 교황대사인 알프레드 슈에레브 대주교가 정 대주교에게 팔리움을 수여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6월 29일(현지시간) 바티칸의 성베드로 성당에서 정 대주교 등 세계 각국 신임 관구장 대주교 44명에게 팔리움을 건넸는데, 이를 정 대주교에게 정식으로 수여하는 의식이 서울대교구에서 열린 것이다.팔리움 수여식은 과거에는 바티칸에서 행해졌으나 2015년부터는 교황의 요청에 따라 각 대교구에서 열리고 있다.
앞서 염수정 추기경의 팔리움 수여식은 2012년 바티칸에서 거행됐다.
알프레드 슈에레브 대주교는 이날 수여식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축복 인사를 전한 뒤 “교황님께서는 2015년부터 사도좌(교황청)와 지역교회의 연대를 강조하기 위해 팔리움 수여식이 해당 대교구장좌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씀하셨다”고 수여식이 서울대교구에서 열린 배경을 설명했다.
정 대주교는 미사 강론을 통해 알프레드 슈에레브 대주교와 주교단, 염수정 추기경, 참석한 모든 이에게 특별히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는 팔리움에 대해 “관구장 대주교로서 권한과 교황님과의 일치를 상징한다”면서 “팔리움은 저의 개인 것이 아니라, 관구장좌에 결부된 ‘관구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팔리움은) 영성적으로는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짊어지라는 교회의 명’, ‘약하고 소외된 양들을 손수 돌보는 목자의 직무’를 상기시킨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초대해 주신 시노드 교회의 길을 함께 걸어가며, ‘하느님과의 인격적 만남’에서 오는 기쁨을 살고 선포하는 ‘선교하는 교회’로 거듭 태어날 수 있도록 은총을 청하며 이 미사를 봉헌하자”고 덧붙였다.
팔리움 수여 미사에 이은 축하식에서는 이용훈 주교가 축사에 나섰다. 이 주교는 “정 대주교님께서는 오늘 장엄 미사에서 팔리움을 착용함으로써, 관구 내에서의 맡겨진 사목적 직무를 수행하시며, 참된 목자이신 그리스도의 사명을 더 깊이 드러내시게 된다”며 “교황님과의 일치 속에서, 그리스도로부터 받은 직무를 더욱 참되게 수행하시는 정 대주교님께 주님의 은총이 가득하기를 기도한다”고 축하했다.
정 대주교는 답사에서 “하느님께 방향을 물어가고, 선배 주교님들 신부님들의 말씀에 귀 기울여가면서 하느님께서 불러주신 그 길을 향해 함께 걸어나가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앞으로 서울대교구와 관할하는 관구에 속한 교구(춘천·대전·인천·수원·의정부교구) 안에서 팔리움을 착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