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번호판에 코소보 vs 세르비아 자존심 싸움...결국 EU 나서

車번호판 교체 반대시위를 하는 세르비아계 시민. 코소보 미트로비차=AFP, 연합

 

발칸반도의 앙숙 코소보와 세르비아가 자동차 번호판 교체 문제로 격돌 중이다.

 

로이터통신은 7일(현지시간) 보도에서 코소보의 알빈 쿠르티 총리가 이날 기자회견에서 번호판 교체를 둘러싼 세르비아계 주민들의 조직적인 반발을 세르비아 정부가 지원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세르비아를 직격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번 지원에 대해 세르비아의 사보타주(파괴공작)라고 주장했다.

 

코소보 정부가 그동안 잠정 연기했던 자동차 번호판 교체 정책을 지난 1일부터 본격 시행하면서 양국 사이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코소보 정부는 지난 8월 자국 내 세르비아계 소수민족의 자동차 번호판을 코소보 기관 발급 번호판으로 교체하는 조치를 추진한 바 있다. 코소보에 살고 있는 세르비아계 주민 대다수가 세르비아에서 발급한 차량 번호판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자 세르비아계 주민들은 트럭으로 도로를 봉쇄하고 경찰을 향해 총을 쏘는 등 소요사태를 일으키며 차량 번호판 교체를 거부했다. 갈등은 더욱 고조됐고 결국 코소보 정부는 유럽연합(EU)의 권고를 받아들여 제도 시행을 연기했으나 이달 들어 다시 시행에 들어갔다.

 

코소보 정부는 이달 1일부터 21일까지 3주의 유예기간을 거친 뒤 불법 차량 번호판에 150유로(21만원)의 벌금을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코소보 거주 세르비아계 주민들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반대의사를 표하며 강경하게 맞서고 있다.

심지어 공직자, 의원, 법관, 경찰 등 세르비아게 공무원들은 줄줄이 사직서를 제출하는 등 코소보 국가 기관에서 철수했다. 사표를 낸 세르비아계 경찰관이 578명이나 된다.

 

지난 6일에는 코소보 북부 미트로비차에서 세르비아계 주민 1만여 명이 모여 세르비아 국기를 흔들며 항의 시위를 벌였다.

 

이같은 소식을 접한 세르비아의 알렉산다르 부치치 대통령과 주요 정치인들은 코소보에 있는 세르비아계 주민들에 대해 지지의사를 표하는 등 힘을 보탰다.

 

결국 차량 번호판 갈등은 양국의 감정 싸움으로 번져 EU까지 나섰다.

 

EU 집행위 피터 스타노 대변인은 “지난 며칠간 우리는 매우 위험한 상황을 목격했다”며 “이것은 세르비아와 코소보뿐만 아니라 지역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고 우려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부치치 대통령과 쿠르티 총리에게 사태를 악화할 수 있는 일방적인 행동을 자제하라고 촉구했다”며 “대화만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